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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drow
2008.07.28 04:42
문득 조금 부연할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일부 전략폭격 옹호론자들이 적국의 사기를 꺾는 것을 전략 폭격의 목표로 보았다면, 과연 그러한 목표가 군사적으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이었나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겠습니다.

1차대전당시 러시아는 일선의 대전투들에서 계속 참패를 당하면서 국민과 장병들의 사기가 급속히 저하되고 염전사상이 확대되어 전쟁 중 혁명이 발생하여 왕정이 전복된 바 있습니다. 결국은 일련의 혼란 이후 수립된 공산정권이 독일과 단독 강화를 했습니다.

또한 러시아에 승전한 독일 자신도 일선에서 전세가 기운 후 국내에서 반전주의가 만연하면서 폭동으로 왕정이 붕괴되었으며 서부전선이 아직 본토까지 반격당하지는 않은 상황에서 새로 수립된 공화정부가 연합군과 강화조약을 맺었습니다.

물론 두 경우 모두 왕정이 붕괴되기 전에 일선에서의 전세가 이미 기울었고 새 정부들은 강화조약에 도장만 찍은거나 마찬가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폭동이 종전에 미친 실제적 영향이 어느정도인지는 논외로 하고 그러한 사례 자체로써 하나의 선례로 인식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따라서 1차대전 종전 후의 군사전략가들도 1차대전에서 벌어졌던 반전폭동-강화협상이라는 목표를 전략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여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략 폭격 옹호론자들은 일선 전투로 적 대량 살상 -> 후방 사기 저하-> 폭동 -> 종전에 이르는 과정에서 공군력을 이용하여 후방의 적국민을 직접 공격함으로써 '일선 전투로 적 대량 살상'의 단계를 생략하고 곧바로 후방 사기 저하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본 셈입니다.

그렇게 보더라도 역시 전략폭격론은 말그대로 공군력을 이용하여 전쟁을 단기전으로 끝낸다는 전략적인 목표를 추구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