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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82
2007.09.05 09:54
내 밥줄 하고 관계 있는 이야기이네요. 어쩌다 영어를 밥 줄로 삼았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지인들에게서 반 강제로 일을 떠 맡기게 된 적이 많았죠. 사람들은 영문학 했다고 하면 영어만 죽어라 하고 한 줄 알고 있고..실은 영문학은 영어로 된 문학에 불과 한데 그래서 껍데기인 영어와 알멩이인 내용 둘다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게 석사 과정이상으로 올라가면 껍데기 보다도 알멩이에 더 치중하죠. 이런 속 사정은 도외시하고 내게, 건축, 토목, 법률, 교육, 전자공학, 기계공학, 산업공학, 미술사 등등의 번역을 그냥 맡겼던 사람들.. 만족이나 했을 런지 모르겠네요. 흠 생각하니.. 제대로 돈 받고 해준 것은 IT 쪽의 암호화 국제표준 관련 제안서 밖에 없네요.
영어를 한국어로 바꾸는 것이든 그 반대든 세상에서 제일하기 싫은 것이 전공 분야 가 아닌 내용의 번역이더군요.
수 많은 번역 청탁 중에서 즐겁게 그리고 내 자신이 만족해 가면서 한 것은 PEN 총회 발표용 일본 문학과 한국문학 비교 논문 밖에 없는 것 같네요. 우습게도 전공분야 관련 번역은 그게 유일하고요....
개인적으로는, 번역 중에서 제일 까다로운 번역(그래서 하다가 보면 화가나는)이 국문학이 아닌 국어학 전공자들의 석,박사 논문 초록을 영문 Abstract로 바꾸어 주는 일이더군요. 같은 방 쓴다는 이유로 많은 국문과 대학원 후배들의 논문 초록을 영문화 해주었는데 맡긴 사람을 패주고 싶을 정도로 번역이 난감하더군요. (솔직히 전임으로 자리잡고 난뒤 맨처음 든 생각이 이제 국문과 후배들 안보아도 되겠네 였으니...)
영문을 국문화 하는 작업에서는 그런 일들이 거의 없지만, 국문을 영문화 할 때에 번역의 질을 좌우하는 것 중의 하나가 원문의 질이더군요. 쓴 사람 자신도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의 글을 영문으로 옮길라 치면,,, 휴,,,
주절 주절이 슨 이 댓글의 결론은 "이쁜 번역의 여부는 이쁜 원문이 좌우 한다."와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처럼 번역은 외국어 잘하는 사람이 아닌 그 전문 분야의 외국어 좀 아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