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kbs.co.kr/article/economic/200902/20090220/1726441.html

아마 납품업체에서 이번 고속철 문제를 설계도 번역이 잘못돼서 그랬다고 둘러댔나보죠.
그런데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고...

얼마 전에도 모 방송에서 사실 왜곡 문제가 터져나왔을 때 오역이라고 발뺌했다가
해당 작업을 한 번역자가 발끈해서 한바탕 뒤집어 엎는 일이 있었죠.

우리나라 번역 시장, 특히 저도 일하고 있는 외주 번역같은 경우에는 일반적인 시장의 형태가 고가 고품질 생산 시장이라기보다는 저임금 노동시장에 더 가까운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엄연히 감수도 거치고, 최종적으로 원청자의 검토 및 납품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칩니다. 없는 얘기를 지어낸다거나 어떤 사실을 정 반대로 뒤집어놓는다거나 하는 수준의 제품이 납품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적어도 저는 금전적인 보상의 정도와는 상관 없이 내가 옮기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로 수백 수천명의 목숨이 왔다갔다 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합니다. 군사 교범이나 기술매뉴얼 등은 실제 그렇지요. 모르긴 모르지만 해당 번역작업을 했던 분들의 책임감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거라 봅니다. 그런데 정작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할 문제의 당사자들은 너무나 쉽게 번역 쪽으로 책임을 돌리겠다는 생각을 해낸다는게 심히 불쾌하네요. 그런 문제의 당사자들이 자기들이 맡은 일에 대해서 해당 번역자들(대부분 저임금 노동자인)만큼의 책임감이 있었다면 아마 그런 변명은 물론이려니와 그런 문제들 자체가 벌어지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