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Skidrow
2008.03.15 18:41
사실 난독증으로 인한 문제는 토론이 더티한지 클린한지의 문제를 넘어선 이야기죠.. 과정이 격렬하더라도 방법론상으로 하자가 없고 생산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야 그런 의미에서 격렬한 것은 문제될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공통의 주제의식이 없이 단순히 개인간의 승부싸움으로 이루어진다면 형식이 점잖더라도 그건 아무 의미가 없겠죠..

토론하는데 밟는다 밟힌다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것 자체가 엄밀한 의미에서 토론으로서의 가치를 이미 상실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논리니 토론이니 하는 것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방법론으로서 여겨지기보다는 그냥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한 투쟁전술로서만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요..

말씀하신 진중권씨 같은 경우도 자기 주관이 이렇다는걸 논리적으로 설명을 잘 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단순히 배설욕구를 대리만족해주는 스타일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배설욕구와 학벌을 소비해줄 시장이 있기에 논객으로서 입지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요. 물론 자기 전공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요.

하긴 생각해보니 방송 토론프로그램이라는게 처음부터 공공성같은 것과는 별 상관 없는소비활동이 궁극적인 목적일 것이므로 방송의 토론프로그램에서 정상적인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게 어떻게 보면 당연할 것 같기도 하네요. 이를테면 외국에서는 고의적으로 주먹다짐까지도 유발하는 토크쇼도 있으니까요.

방송 토론은 그렇다 치고, 밀리터리 게시판 쪽에서는 명색이 학술취미인데 왜 이모양일까 한탄도 많이 해봤지만 사실 밀리터리 게시판은 개중에 전문성을 갖춘 회원들이 있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진입장벽이 없는 인터넷 여론광장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어떤 정제된 형태의 토론이 구조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밀리터리 게시판에 참여하는 것을 학술취미라고 전제하는 것 자체가 이제는 밀리터리 포럼의 보편적인 유저분들 성향과는 좀 거리가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