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당연하고 어느 정도 긍정적이다?
"두려움을 이기려고 하지마라, 두려움과 친해져라.."
이 격언을 들어보면 마치 두려움은 이상현상이 이거나 배제해야 할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며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라는 뜻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 말은 그냥 단순하게 두려움을 극복하는(배제하는) 방법을 말 한 것일 뿐입니다.
두려움은 본능이기 때문에 억지로 없애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두려움에 떠는(또는 떨) 자신을 인식한다면(예상한다면) 자연히 두려움은 사라진다.. 라는 의미의 격언입니다.
두려움이 적을 얕보는 심리나 자기생명 경시보다 나은 감정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똑같습니다.
인간의 본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두려움의 존재는 당연한 것이지만, 전투의 수행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상현상이며 반드시 배제해야 할 요소입니다. 두려움을 극복해야 제대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죠.

지금 도망치는 자는 다음에도 도망칠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가 지금 도망갔다고 해봐야 다음 전장에서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게다가, 얼핏 적을 얕보고거나 자기생명을 경시하는 것 처럼 보이는 행동은 사실 내재된 공포가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도망쳐야 할 때 도망갈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냉철한 판단력 때문이지, 두려움 때문은 아닙니다. 두려움 때문이라면 훨~씬 일찍 도망치겠지요.


긴장감과 공포는 다르다.

플심대회에서 손이 떨려서 음료수 컵을 못들은 이유는 공포 때문이 아니라 긴장을 심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긴장은 중요한 일을 치르는 사람들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지요.


진짜 두려움은 전투의 중심에서 비켜나 있을때 찾아온다.

전투의 극한 상황 속에서 전투원들은 공포를 느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혹자는 그것을 공포를 극복한 것이 아닐 잊었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 둘 사이의 차이점이 무엇일까요? 그게 그거이죠.
정말 피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 속에 빠지면, 인간은 공포를 느끼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지 명확하게 캐치하지 못하는 '당황'은 할 수 있는데, 공포랑 당황은 조금 다른 현상이죠.
진정한 두려움은 자신이 아직은 그런 극한 상황 속에 있지 않거나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 도망칠 방법이 있거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에 엄습해오지요.


공포라는 것이 추구 될 만한 감정인가?

하코플시머들이 플심을 즐길때 공포감을 추구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간단하게 결론을 얘기하면 즐겁기 위해서이죠.
무슨 말이냐구요? 플심을 통해 보다 현실전투에 가까운 체험을 하는 것이 하코플시머들의 목적이기 때문이죠. 즉, 심각하게 공포가 어쩌니 해도 궁극적으로는 즐겁기 위해 공포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전쟁을 겪은 자는 전쟁에 관련된 그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돈을 벌어야 한다든지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죠. ㅋ
전쟁이라는 것은 그만큼 처참한 것이지요.
저는 말초적인 스릴과 재미를 느끼기 위해 플심이나 게임을 하는 철없는(?) 사람들보다, 심각하게 공포를 추구하는 하코플시머들이 더 한심하게 보이는데.. 제가 좀 비약이 심한 걸까요?


내가 서울지역 예비군을 폭격했다아~~~!!?????????

그럼 미군이나 한국군에게 폭격당하는 북한주민이나 북한군은 안불쌍한 것일까요? 그런 것을 떠나서 지금 한국은 전쟁에서 이기든 지든 전쟁 그 자체가 선택할 만한 시나리오가 아닌게 사실 아닐까요?
유럽애들은 감정이 메말라서 2차대전 게임들을 맘놓고 즐기는 것일까요?
게임을 게임으로써 즐기지 못한다면, 한국을 전장으로 다뤘다는 이유로 팰콘을 금수시켰던 심사관들과 뭐가 다른 것일까요?


사이버 공간은 현실세계와 엄연히 다르다.

황제가 파견한, 그라디우스와 파비스를 든(투창은 들지 않았다고 가정) 로마 보병 1천명이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행군하다가 500명의 반란군과 맞딱뜨렸습니다. 반란군도 자신들의 지휘관이 반란을 일으키기 전에는 로마군이였으므로 똑같은 무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접전을 준비하던 황제군 뒤에서 갑자기 또 다른 500명의 반란군 부대가 나타났습니다. 역시 무장은 똑같았습니다. 이 때 벌어진 싸움의 승리는 어느쪽이 가져갔을까요? 황제군 1천명을 앞뒤로 포위한 반란군 1천명이 승리했을 것이란는 예상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공간.. 프로토스를 선택하여 스타크래프트를 하는데, 상대방 종족도 프로토스였습니다. 내가 질럿 100마리를 뽑아서 쳐들어가니 적의 질럿 50마리가 앞을 막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적의 또 다른 50마리의 질럿이 아군 부대의 뒷쪽에서 나타났습니다. 이 전투는 누가이겼을까요? 이 경우는 예상을 하기가 힘듭니다. 그냥 플레이어의 컨트롤이 좋은 쪽이 이기거나 그것마저 비슷하다면 운이 좋은 쪽이 이겼겠죠.
이것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예입니다. 한쪽은 당황하거나 공포를 느낄 수 있고 한쪽은 그런 요소가 없다는 차이점 때문이죠.
여기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논해봅시다.
그럼 감정이 배제된 질럿같은 유닛 말고, 플레이어 자신은 어떨까요? 플레이어는 유닛이 아니니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낄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지요. 다만,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뿐이지요.

가상공간에서는 죽음이 없습니다. 따라서 자연히 죽음에 대한 공포도 없습니다. 그 차이 하나만으로도 완전히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이 되는 것이죠.
죽음에 대한 공포도 없이 스릴을 맛보기 위해 경거망동(?)하는 초심자들은 숙련정도가 미숙할 뿐이지, 해당 공간에 어긋난 철학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상공간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것에 대한 공포를 추구하는 것은 플레이라기 보다는 연기라고 할 수 있고, 팀플이라기 보다는 역할극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요.
만약 가상공간에서 대규모 전쟁을 벌이면서 하코플시머들만큼 숙련도가 높은 게이머들이 초심자(?) 마인드, 즉 죽음에 대한 그 어떤 두려움도 없이 플레이를 한다면, 두려움을 추구하는 하코플시머들이 그들을 제압할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엔 그렇지 않은데 말입니다.
감정이입이란 지극히 선택적인 사항일 뿐이지 필수적이거나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스터디심? 사실성?
게임에서 사실성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특정부류의 하코게이머들이 추구하는 사실성은 사실 자유도입니다. 하코게이머들이 나름의 우월감을 가지면서 자유도를 사실성과 혼동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게 무슨 말인가? 게임에서 추구되는 사실성이란, 보다 높은 자유도 입니다.
가령 사실성을 추구한다고 전장의 여러가지 현상들을 스크립트로 재현해 놓았다고 합시다. 전쟁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디테일하게 재현해 놓았다면 그것도 사실성입니다. 하지만, 자유도가 없지요.
우리가 흔히 추구하는 사실성은 사실적인 것 자체가 아니라, 현실세계처럼 각각의 요소들이 독립적으로 작동하기에 자유도가 높아지는 환경을 말합니다.
스크립트로 구현된 사실성은 환경은 사실적으로 보일 지 몰라도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나 발생하는 변수가 매우 제한적이지요.
이것을 바꿔 말하면, 사실적이지 않은 환경도 자유도가 높아지면 현실감 있게 느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장점을 플심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앞으로 게임이 더욱 대중화 되면, 플심보다 훨씬 대중적이면서도 자유도가 높은(사실성이 높은) 게임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팰콘을 유명하게 만들었던 동적켄페인이나 패드락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동적캠페인은 자유도의 증진, 패드락은 보다 발전된 인터페이스의 진화(패드락은 거칠게 얘기하면 소프트로 구현한 트랙IR이다.)의 산물인데, 이런 요소들은 비단 플심에만 적용되는 요소들이 아니며 보다 대중적인 게임들에게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플시머들이 취해야 할 태도

홈지기님이 노바로직을 보는 관점을 봤을때 보다 캐주얼한 게임들의 존재 의의는 어느 정도 인정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 3자의 입장에서일 뿐이지요. 제가 보기엔 정작 님 본인의 마인드는 여전히 폐쇄적이십니다.
잘못된 12가지의 질문들은 잘못된 질문이 아니라 초심자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질문들입니다. 머리와 매뉴얼은 뒀다 뭐하냐고 하시지만, 플심의 매뉴얼이라는 것은 숙련자에게는 안내서일지 몰라도 초심자들에겐 암호문이나 마찬가지이죠.
게으른(?) 초심자들이 새로 유입되지 않아도, 여태까지 그랬던 것 처럼 우리끼리 즐기면 된다?
앞으로 플심의 개발비용은 더욱더 커질 것이고, 게임시장이 확장될 수 록 개발자들을 유혹하는 대중적인 장르들은 더욱 더 늘어날 것입니다.
더 무서운 것은 앞으로 출현할 통합전장입니다. 극 소수의 플시머들을 배려할 것이냐 말 것이냐? 님이 투자자이자 개발자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다. 수많은 캐쥬얼 게이머들과 맞딱뜨려야 하는 대규모 통합전장에서 플시머들의 의견을 보다 많이 반영시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플시머들이 극소수가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HMD가 대중화 되면 플심도 대중화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HMD같은 새로운 인터페이스들은 플심에만 축복을 내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체험형 게임으로써의 플심의 입지를 더욱 더 좁힐 수 있도 있는 양날의 칼입니다.
어쩌면 지금 플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사람들은 개발자들이 아니라 플시머들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플시머들은 지극히 우월적이면서 폐쇄적입니다.
초심자들이 힘겹게 벽을 넘어와 우리와 같은 수준이 되길 바라는게 아니라, 플시머들이 눈을 낮춰 일반적인 게이머들에게 좀 더 친절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안드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