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잠깐 광고성으로 나오는 화면같은거에 왠지 안내켜서 안봤었다가 어제 XVN에서 하는걸 우연찮게 봤습니다. 음 근데 뭐랄까... 제 취향에서는 내키지 않았던 느낌 그대로 만든 영화 같네요.

일단 팩트의 전달에 충실치 못한 점..
원작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탐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디테일이 너무 죽어 있네요. 영화니까 어느정도 각색은 들어간다고 하지만 이건 각색이라기보다는 그냥 큰 흐름과 에피소드 몇 개정도만 따온 수준인 것 같습니다. 연출방향 자체가 연출자(제작자일 수도 있겠지만)가 원하는 내레이티브에 중점을 두느라 팩트의 디테일한 부분은 별 의미를 두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버스를 탈취한 후의 일은 구체적인 팩트를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군경과 총격전을 벌이다 수류탄으로 자폭했다는 아주 엉성한 틀만 따왔을 뿐 그냥 마음대로 지어내다시피 했습니다.
뭐 이건 어디까지나 영화의 컨셉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그럴 수도 있기는 있지요.

그런데 내레이티브에 중점을 두고 연출을 하다 보니 또 제 취향과 안맞는 부분이 생기는데, 이 영화 너무 신파조더군요.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줘도 관객들이 알아서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생각할 것을, 영화 내내 연출자가 나서서 불쌍한 우리 684 대원들을 봐주세요! 이러고 외치는 것 같습니다. 그게 오죽 심하다 보니 모든 연기자들이 아예 신파극 연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50~60년대 영화를 보는 것 같네요.  

혹시 나름 군대 말투를 쓴다고 그런 말투를 썼는지 모르겠는데, 이건 그냥 100% 신파조 말투지 군대 말투가 전혀 아니더군요.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투리도 아닌게 어딘가 억양 특이하고 가끔 희한한 단어나 관용적 문법도 사용하는 군대 말투가 분명히 있기는 있지만 이런 신파조 연기 말투는 절대 아니죠.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도 군인들이랍시고 이런 신파조 말투를 군대 말투라고들 쓰고 있는데 왜그런지 모르겠네요. 돌아오지 않는 해병에 대한 오마쥬인가?-_-

그리고 신파가 지나치게 과잉이다보니 감독의 생각을 배우들 입으로 전달하려 해서 대사들도 과잉입니다. 특수부대원들이 목숨걸고 싸우는데 무슨 철학 토론들을 하고들 있네요 -_- 방아쇠 한 번 당기고 대사 세 줄 치고... 님들 지금 채팅질 하면서 1인칭 액션겜 함?-_-;; 관객이 보고 알아서 느끼게 연출을 해야지 배우들 입을 빌려서 감독 생각을 다 말해주고 관객들은 그냥 받아적기만 하라는 식이니...쩝

그리고 밀리터리 관련 영화라는 측면에서 제일 거슬리는 부분은 연출에서 예비역 사병에게조차 유치하게 보일 정도로 기본적인 군사적 마인드를 완전히 도외시했다는겁니다. 웬 듣보잡인 차단목 신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심히 눈에 거슬리고, 전투신은 무조건 일렬횡대로 연발 난사네요-_- 우뢰매 류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현실성 제로의 유치한 화면빨인데 도대체 우리나라 감독들 이런 화면 왜이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점에 한해서는 잘나가는 충무로 감독이나 심형래씨나 완전히 동급입니다. 일렬횡대 연발 난사 신은 디워에도 나오죠. 영화판 사람들이 모두 군미필은 아닐텐데 왜 꼭 이런 식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화면빨 위주의 연출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이 "이 영화는 사실이 절대 아닌 신파조 영화입니다!"라고 계속 외쳐대는 것 같습니다.  


한 줄 요약: 실미도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잠깐씩 보여준 비현실적인 화면빨 연출로 2시간을 채운 신파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