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에 쓰신 글을 읽고 몇자 첨언합니다.



Flutter 와 공진(또는 공명, resonance)는 물리적으로 서로 다른 현상으로 봅니다.



공진은 구조물 자체 (비행기라면 날개나 동체) 의 고유한 특성에 기인합니다. 외부에서 오는 하중의 진동수와, 구조물 자체의 고유진동수가 일치할 경우 진동이 커지는 현상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안정된 구조계에서 공진만으로 불안정한 구조계를 만들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불안정이라 함은, 들어오는 하중의 에너지가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계가 발산, 혹은 파괴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유리잔이 있을때 특정 진동수의 소리를 가하면 유리잔이 같이 떨리는 현상은 공진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그 소리를 더 세게(에너지를 크게) 하면 유리잔은 더욱 심하게 떨리게 되고, 결국은 그 유리잔을 깰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하의 소리에 대해서는 일정한 진폭으로 유리잔이 떨리기만 할뿐, 더욱더 진폭이 커지면서 깨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피로에 의해 깨지는 것은 또 다른 현상입니다.) 즉 중요한 것은, 공진에서는 들어오는 하중의 에너지가 일정하면, 구조물에 발생하는 진동의 수준도 거기에 맞춰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반면, flutter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하중의 크기(에너지)가 일정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구조계와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구조계가 불안정해지는 현상입니다. 이같은 현상이 가능한 이유는 상호작용 때문입니다. 비행기를 예로 들면, 날개에 공기의 흐름이 힘을 가하게 되면, 날개가 진동을 합니다. 그런데, 이 날개의 진동이 거꾸로 주변 공기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이 진동 때문에, 주변 공기의 흐름이 다시 바뀝니다. 바뀐 흐름에 의해 다시 날개에 힘이 가해지고... 이런식으로 상호작용이 일어납니다. 이때, 이러한 상호작용이 구조계를 점점 더 불안정한 쪽으로 몰고가게끔 일어날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이 바로 플러터입니다. 따라서, 플러터는 제한된 에너지의 하중만으로도 얼마든지 파괴를 일으킬 수 있어서, 항공기 설계나, 기타 모든 바람과 관련된 구조물을 만들때에 매우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입니다.



플러터가 일어나는 요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풍속(비행기라면 기체의 속도)과, 날개의 단면 모양입니다. 즉, 플러터는 특정 풍속에서, 특정 날개 모양에서 발생합니다. 플러터가 심각한 것은, 상대적으로 저속(통상 설계 최대 속도 이하) 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통상 그런 특성들은 비행기 설계시에 풍동실험등을 통해서 밝혀지며, 날개 단면의 모양을 적절히 바꿔서, 설계 속도 이상에서 플러터가 발생하도록 디자인할 것입니다. 비행기 날개는 조종면이 있어서, 조종면의 각에 따라 결국 날개의 단면이 바뀌므로, 가능한 모든 조건에 대해서 플러터의 발생을 줄이고자 노력을 해야합니다. 하지만, 플러터가 발생을 줄이기 위한 날개의 모양이 항공기의 성능을 떨어지게 한다면, 설계자는 선택을 해야만 할것입니다. 모든걸 다 좋게 할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말씀하신 기체 (P40?)의 플러터 모델은, 실제 그런지 안그런지의 여부를 떠나서, 그렇게 생각하면 충분히 합리적입니다. skidrow님께서 실험을 통해 확인하셨듯이, 이 기체는 특정 날개 단면 모양에서 설계 최고 속도보나 낮은 속도에서 플러터가 발생합니다. 이는 플러터 현상의 발생 조건을 충실하게 모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은 프로그램의 버그나 비행모델의 불완전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아주 섬세한 모사라고 볼수도 있습니다. 만일 실제 비행기가 그런 플러터 특성이 있다면, 조종사가 할일은 명확합니다. 그 특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항공기에 플러터가 발생하지 않도록 비행하는 것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