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에서 설명하고 있는 두 기동의 조건중 중요한 문맥상 차이점을 꼽자면, 래그 롤은 AoT가 낮고(30도 이내) 리드를 당길 수 있으나 여러 이유로 공격이 불가능한 상황인데 비해, 하이 요요는 30-60도 정도의 AoT와 공격에 필요한 리드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래그 롤은 리드를 당길 수 있으면서도 거리가 가까워서 미사일 공격은 불가능하고 기총 사격도 불가능한 상황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에서 FC의 저자가 F-4급 기종에 특화된 월남전 전술 수준의 BFM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기총을 장착하지 않아서" 기총 사격이 불가능한 경우를 래그 롤이 필요한 상황에 포함시키고 있으니까요. (3차원 기동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공격기의 선회성능이 딸리는 상황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물론 F-16에서도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말씀드렸다시피 F-4에서 나타나는 out-of-plane maneuver가 필요한 상황 빈도와 F-16에서의 빈도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죠. 아마도 그점이 팰콘4.0에서 out-of plane maneuver 연습을 하시면서 두 기동의 실행조건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시기 힘든 한가지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F-4의 딸리는 기동성능으로라면 여러가지 다양한 기동술을 통해서만 극복해야 하는 상황을 F-16으로는 더 단순한 방법으로도 극복할 수 있겠죠.
FC의 문맥을 따져보면, 본문에서 정확하게 구분해놓지는 않았지만 크게 보아 래그 롤은 3/9 line 오버슛을 방지하는 용도, 그리고 하이 요요는 flight path 오버슛을 방지하는 용도로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이 요요에서 "동속도"를 언급한 것은 그것이 하이 요요 그 자체의 실행 조건이라는 의미보다는, 래그롤과의 차이점을 부각하는 의미에서 3/9 line 오버슛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엇비슷한 속도"라는 점을 언급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실제 교전상황들은 이 문맥상의 조건 구분에 딱딱 들어맞을 정도로 패턴화되어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훈련 목적이 아니라면 FC에 제시된 실행 조건들의 차이를 굳이 구분해서 각각의 기동들을 전혀 별개의 것으로 구분지어 이해하려고 노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문서에서는 설명 목적상의 이유로 차이점을 구분해서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기동들의 실행 조건의 중간 영역쯤 되는 상황도 많이 발생할 것입니다. 또한 문서에서 전제한 조건 아니라 다른 상황에서도 래그 롤이나 하이 요요등의 기동을 적용하기 적합한 경우도 생길 수 있죠. 따라서 하이 요요나 래그 롤을 최초 실행 시점부터 종료 시점까지 하나의 형태로서 완성되는 단편적인 기동술이라고 하기보다는, 연속 동작중 나타날 수 있는 한가지 패턴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를테면, 래그 롤을 하려고 기동을 시작했다가 그 과정에서 상황이 달라져서 하이 요요로 끝마친다거나, 혹은 그 반대의 상황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래그 롤과 벡터 롤도 상당히 애매한 기준으로 구분되는데, 막상 실행해보면 지금은 몇 G 이하를 주어서 래그 롤을 해야 하고 지금은 몇 G 이상을 주어서 벡터 롤을 해야 하는 식의 구분이 딱히 지어지지도 않지요.
따라서, 문서상의 실행 조건이나 방법을 똑같이 재현하는데 노력하기보다는 다양한 변수들이 계속 변화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BFM의 문제가 발생하는 실전 상황에서 당면한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도록 자신의 기동을 최적화시켜나갈 수 있는 폭넓은 기반 지식의 일부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교범상의 내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