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음 좀 민감한 이슈네요...



이 질문은 다르게 말하면 실제로는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것이냐 아니면 못하는 것이냐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는데, 에어쇼에서 코브라기동을 보여주지 않는 EF Typoon의 경우 테스트 비행에서 90도 가까운 받음각에서 조종성을 유지했다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꼭 코브라 기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방측 기체들의 에어쇼 기동은 극한의 성능보다는 조금 여유가 있는 것이고, 비행안전상의 이유로 에어쇼에서 극단적인 기동은 보여주지 않는다는 서방측 조종사들의 주장이 어느정도는 근거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코브라 기동 때문만은 아니지만, 러시아 기체들의 근래 에어쇼 시범 비행 중 사고 발생율은 눈에 띄게 높습니다. 이를 보면 그만큼 러시아 기체들은 에어쇼에서 무리한 시범을 한다고 봐야겠죠.



코브라 기동은 그자체로는 공중전에서 유용성이 크지 않은 기동이고 정상적인 비행 조종 컴퓨터의 작동을 해제한 채로 별도로 에어쇼 기동에 특화된 훈련을 받은 조종사만이 실행할 수 있는 기동이기 때문에, 수호이기가 하는 것과 똑같은 코브라 기동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분명한 Fact로서만 말한다면 F/A-22는 "아직까지 한 적이 없지요." F/A-22가 실제로 해서 입증하기 전에는 할 수 있다 없다를 매니아 차원에서 논하는 것은 어느 주장도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의견에 불과할 뿐일 것입니다. 저로서도 알 수가 없는 문제고요^^; 제가 어떤 의견을 말씀드리더라도 수많은 "...일 것이다" 류의 주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겠죠.



다만 코브라 기동은 기동 그자체보다도 전투기로서의 몇가지 기동 성능을 대변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는데요, 즉 수호이의 코브라기동에서는 고받음각에서의 안정성과 조종성 유지라던가 저속에서의 순간적인 높은 선회율 등의 성능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사실 코브라 기동의 논쟁은 단편적인 fact의 문제라기보다는 최신 전투기의 기동성능의 우열을 비교하는 대표적인 잣대로서의 의미를 두기 때문에 지속적인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보이는데요. 두 기체간의 기동성 비교가 당초 질문의 의도는 아니셨던 것 같지만, 그런 점에서 좀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공개된 자료를 단편적으로 비교해보자면, 수호이는 코브라 기동에서 90도를 넘어가는 받음각도 순간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반면 F/A-22의 공식 데이터상으로는 받음각 한계가 +60도라고 되어있습니다. 단, F/A-22는 정상 비행상태의 받음각 한계인데 비해서 수호이의 코브라 기동은 비행 조종 컴퓨터를 해제하고 실행하는 극단적인 기동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Su-27의 경우 비행조종 컴퓨터가 정상 작동하는 상태에서는 받음각이 27.5도까지로 제한되고 스톨 한계는 33도입니다.



물론 받음각 한계만 가지고 전투기의 기동성능이 평가될 수는 없으며, 받음각 수치는 단지 많은 변수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때문에 F/A-22와 Su-27중에서 어떤 비행기가 기동성이 더 좋으냐라는 질문은 밀리타리 매니아가 명확한 답변을 내릴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다고 봐야겠죠. 대신, 이런 추론은 해볼 수 있습니다. 무기를 설계할 때에는 장차의 위협이 무엇이 될지를 가정하고 그 위협에 맞설 수 있는 성능 기준을 놓고 설계를 합니다. 따라서 동세대의 기체들은 대략 전반적인 성능이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F/A-22의 경우에는 수호이와 동세대 기체가 아니라 수호이급의 기체를 공중전에서 압도적으로 제압할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차세대급 기체이고, BVR 성능 뿐 아니라 근접전에 필요한 높은 기동성도 설계에 많은 고려사항이 된 것만은 틀림없어보입니다. 그렇다면, 코브라 기동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 혹은 비행 제원이 어떠냐 하는 단편적인 물음을 떠나서 넓은 의미에서 보았을 때 F/A-22의 근접전 성능은 수호이급과 적어도 크게 뒤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코브라 기동이 보여주는 극한의 기동성능은 그자체로 훌륭한 것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공중전의 우위를 가져다줄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 전투의 막바지 순간에나 활용할 수 있는 기동입니다. 그리고 그런 기동성을 보여줄 기회도 갖기 전에 다른 성능들에 의해서 이미 전투의 대세는 결정됩니다. 이를테면, F/A-22 4기 편대와 Su-27 4기 편대가 만나서 BVR에서 SU-27이 2대나 3대 격추되고 난 뒤에 남은 한두대의 수호이기가 F/A-22들과 근접전에 들어가서 코브라 기동을 해서 4대의 F/A-22를 모두 격추시켜 역전승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겠죠. 사실 실전에서 BVR 교전에 의해 4기 편대중의 한두대가 떨어졌다면, 그리고 심지어 아군이 먼저 격추될 때까지 적을 레이더로 조준도 못하고 있었다면 근접전에 들어가서 코브라기동을 하기는 커녕 남은 조종사들이 전투의지를 상실하고 도망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좀더 앞당겨서 말하면 어느 한쪽이 미사일 선제 공격을 했을 때 대세는 이미 판가름난 것이나 다름 없지요. 그 이후의 교전들은 사실상 부수적인 정리 절차에 불과합니다.



수호이 전투기는 4세대급으로 분류되고 F/A-22는 5세대급으로 분류됩니다. 아직 실전에서 싸워본 예가 없으니까 막연히 누가 이길까 궁금증이 생길 뿐이지, 한세대 차이가 난다는 것은 전투가 벌어졌을 때 한쪽의 일방적인 우위를 이미 전제하고 있는 것이고, 단편적인 성능 비교는 무의미한 대상입니다. F-5와 F-16의 단편적인 성능비교를 굳이 해볼 것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코브라 기동을 할 수 있으니까 수호이가 기동성이 더 좋고 따라서 Su-27과 F/A-22간에 공중전이 벌어지면 수호이가 이기거나 최소한 해볼 만 하다...이런 식으로까지 유추를 한다면 단편적인 사실에 너무 집착하여 넓은 부분을 보지 못하는 것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