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깨어나라, 매니아!



‘매니아:Mania’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열광, 혹은 특정한 일이나 사물에 광적으로 몰입하는 사람이라고 나와있다.

아마도 본지 ‘플래툰’을 읽고 잇는 독자들이라면 대부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바로 이런 매니아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이 틀림없을 것이고, 이 편집장 역시 본인보다는 외부의 압력(?)으로 완전히 매니아로 ‘낙인 찍혀’버린 사람이다.

사실 취미라고 하기에는 약간 도를 넘어섰고, 그렇다고 ‘전문가’를 자처하자니 좀 주제넘다 싶은 처지에서 이 매니아는 그런대로 필자를 포함한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지칭하는 보통명사로서 적당하다고 생각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매니아라는 말이 원래 정신과 의학용어에서 나온 것이고, 어느 특정사안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증상을 가리키는 편집광과 비슷한 의미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아무리 좋게 봐도 정상은 아니며 막말로 하면 미친사람이란 얘기니, 결코 기분좋은 말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리고 이처럼 몰랐던 사실 하나를 알게 되는 것과 거의 때를 같이 하여 요즘 필자는 이런 매니아의 한 사람으로 치부되는 것이 별로 유쾌하지 않다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

그 이유는 매니아가 뜻하는 그 사전적 의미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지금 매니아라고 불리우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더도 덜도 없이 그 의학용어 매니악이 의미하는 그런 유형의 사람들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애초로 취미로 시작한 일이지만 어쩌다 생업이 되어버리고 나서부터는 그야말로 그 속에 파묻혀 살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고, 좋든 싫든 독자며, 필자며, 동료직원들이며… 하나같이 매니아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만 만나면서 살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런 생활이 무척 만족스럽고 즐거웠다. 오늘도 매니아가 아닌 멀쩡한 ‘정상인’들로 가득찬 직장이나 학교에서 ‘좀 이상한 녀석’취급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게 무슨 얘기인지 단숨에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받는 기분은 그게 아니다.

왜냐하면 이 매니아 집단 속에서 느끼게 되는 스트레스는 정작 ‘정상인’들 속에서 느끼는 화제의 빈곤과 감정의 단절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같은 관심과 취미를 가지고 있고, 공통의 화제를 가진 사람들이 왜 싫으냐고 의아스러워 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되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매니아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 ‘정상인’들의 그것과는 전혀 색다른 - 또 다른 공해와, 매니아라는 이름 아래 저질러지는 그 숱한 독선과 횡포, 무책임과 무례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필자가 매니아를 무서워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고, 할 수만 있자면 차라리 그 매니아의 일원이 아니길 진심으로 원하게 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다거나 과장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잇다면 처음부터 한 번 차근차근 생각해 보기로 하자.

우리 매니아들이 흔히 ‘정상인’들로부터 ‘그런 것’ – 프라모델이나 에어건, 서바이벌 게임, 군장 콜렉션 따위 – 을 왜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게 되면 할 말이 참 많다.

우선 역사적인 배경으로부터 시작해서 사회적 기여도, 정신건강에 유익할 뿐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을 진일보시키는 좋은 취미… 등등

그 할 말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마지막 결론은 다 똑같다.

“개성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선진국에서는 사회에서 매니아를 잘 이해해 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인식이 부족하여 우리가 이렇게 구박을 받고 있다.”

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그 ‘다양성’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정말 다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자기가 관심이 없으면 그만이지, 자기와 다른 취미나 다른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꼭 ‘미친 *’취급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심에 대해서는 이 필자도 불만이 많고, 기회 있을 때마다 줄곧 그런 이야기를 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정작 우리 매니아들은 입버릇처럼 외치는 그 다양성을 정말로 존중해 본 적이 있는가?

이 필자에게 묻는다면 그 대답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 매니아들처럼 독선이 강하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드물다.

자기 비위에 맞지 않는 말은 결코 수용하는 법이 없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취향과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것쯤 은 다반사다.

모든 권력의 속성은 이데올로기의 확산이다.

절대권력을 얻고 난 독재자가 그 다음단계로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까지 주입시키려 드는 것은 거의 정해진 순서다.

신문 연예란에 가수 A를 칭찬하는 기사를 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네가 음악에 대해 뭘 안다고… B를 놔두고 A가 최고라고?”

라며 온갖 폭언을 퍼붓는 열성 B팬 10대들의 작태도 따지고 보면 바로 이런 이데올로기의 강요이며, 이것과 크게 다를바 없는 매니아들의 횡포를 필자는 정말 너무나도 많이 보아왓다.

“나는 에어건을 좋아하는데 군장수집이 좋다는 책은 책도 아니며, 그런 책을 만드는 사람은 모두의 적이다.”

이런 막무가내의 자기주장 앞에서는

“필자도 필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취미인이며,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나 보다.”

같은 최소한의 이해도, 논리도 없다.

매사가 이런 식이라면 세상에 입을 열어 말할 수 잇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자신있게 찍어낼 수 있는 책도 있을 수 없다.



매니아들의 두 번째 치부는 근거없는 우월감과 자기가시, 그리고 지배욕구이다.

필자는 처음에는 매니아들이 그 동안 정상인들로부터 받아온 박해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가 그런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니들이 뭐래도 나는 니들이 모르는 세계를 가지고 있다.”

는 일종의 자기만족이라는 것인데, 문제는 이것이 바깥세계가 아니라 같은 매니아들끼리 서로 치고 받는 싸움이나, 턱없는 자기과시에서 더욱 빛을 발휘하더라는 것이다.

모든 분야가 다 그러하듯, 우리의 밀리터리, 서바이벌 게임의 역사는 매우 짧고, 저변인구도 얕고 좁기 때문에 그야말로 왕초보도 한 3년만 열심히 뛰어다니면 웬만큼 ‘전문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어떤 면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의 좋은 점이기도 한데, 이 속성을 단숨에 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