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 글은 조선일보 건강면에 연재되고 있는 비즈니스 심리학 코너중의 오늘자 기사입니다. 비지니스 맨을 대상으로 한 칼럼이지만, 오늘자 내용은 매니아들에게도 좋은 충고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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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심리학] 정보수집광의 딜레마
정보의 양보다 상상력… 독특한 아이디어 높이 평가
재원씨는 정보수집광이다. 보고서를 쓰기 위해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정보가 나와서 도저히 정리를 못할 지경이 된다. 지하철을 탈 때에도 뭐라도 읽을 걸 손에 쥐고 있어야 하고, 사무실에서도 심심하면 뉴스 사이트에 들어가 이런저런 정보를 서핑한다. 그러고는 “언젠가 쓸 일이 있겠지”라며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들도 갈무리해둔다. 하지만 재원씨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음에도 왠지 허전한 느낌이다. 왜 그럴까.
예전에는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게 능력의 척도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인터넷과 디지털의 발전으로 정보의 양이 차고 넘쳐서 주체할 수 없는 상태가 돼 버렸다. 그래서 전과 같이 양으로 승부하려고 하다 보면 정보의 홍수 속에 익사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이렇게 쏟아지는 정보에 휩쓸리다 보면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데 구슬을 적절히 꿸 여유를 갖지 못한다. 덕분에 두툼한 통계와 자료로 가득 찬 보고서는 많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독창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찾기 힘들다. 사람들이 과잉 정보에 눌려 제대로 소화도 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 안에서 정보를 충분히 삭혀야 그것이 모여 체계적인 지식이 될 수 있다. 또 그 지식을 잘 활용해 인생의 경험으로 녹일 수 있을 때 지혜로 발전할 수 있고 진정한 만족감과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정보 자체를 모으는 것만 집중하면 지혜로 발전시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힘들어진다.
재원씨가 느끼는 공허감을 해소하고 잃어버린 창조성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일단 정보 유입의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바보 같다고 느껴질 정도로 멍하게 앉아있거나 아무 생각 없이 산책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렇게 정보의 유입을 줄이면 남은 빈 공간에서 뜻밖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솟아오르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 비즈니스맨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자신만의 상상력이다.
(하지현 용인정신병원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