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글 잘 읽었습니다. 단지 스키드로 님의 글에서 간과하신 몇몇 요소 때문에 전 약간 다른 결론을 가지고 있어서 몇자 적겠습니다. (일단은 간단히만...)



1. 도네의 정찰기 지연 발진 - 대체될 수 있었는가?



당시 도네 - 치쿠마가 발진시킨 정찰기 2대는 장거리 정찰기인 Jake로 각함 2대씩을 탑재하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나머지 기체는 항속거리가 훨씬 짧은 Dave로 하루나에서 발진한 1대와 같은 모델이었습니다. 만약 지연 발진된 Jake 대신 예비기로 준비 중이던 Dave를 발진시킬 경우(도네, 하루나 모두 각각 2기 씩을 탑재 중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대는 ASW를 위해 출격한 상태였고 1대는 예비기였죠.) 부족한 항속거리로 인해 미항모부대를 발견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하루나의 Dave는 150마일까지만 정찰을 실시했습니다) 따라서 도네의 정찰기 발진 지연을 타 함정의 수상기로 대체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유일한 대안은 함재기를 출격시키는 것이었겠지만 나구모는 이를 선택하지 않았죠. 이건 일본 특유의 정찰 교리를 비판할만한 것이 되겠습니다만, 하여간 지연된 정찰기가 그렇게 간단히 대체될만한 것은 아니었다는 이야깁니다.





2. 도네의 지연 보고 - 조기 공습시 미 항모의 피해는?



말씀하신대로 도네의 정찰기가 최초의 접촉에서 적 항모를 발견했다던지, 혹은 일본 해군이 적극적인 공격을 실시했더라도 미 함재기들의 공격을 면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 적어도 스프루안스의 공격대라도 말입니다 - 하지만 미 항모부대의 피해는 어땠을까요?



당시 일본 해군 항공대의 수준은 미 해군 항공대에 비해 훨씬 우수했습니다. 진주만, 인도양 작전에서 보여준 엄청난 전과 외에도, 산호해 해전, 미드웨이 해전 모두에서 일본의 폭/뇌격기는 미군기들에 비해 훨씬 우수한 공격 능력을 과시했죠. 당장 미드웨이 해전에서도 히류의 함재기들은 압도적인 숫적 열세하에서도 요크타운을 격침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런 마당에 항모 4척분의 공격대가 출격했을 경우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대함 무장을 탑재한 상태였다면, 요크타운만 격침당하면 다행이었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 스프루안스의 2척도 포착되어 격침당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두 부대가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긴 했습니다만, 미군의 함재기들도 미드웨이 해전에서 상당한 거리를 헤메다 '운 좋게'일본 항모를 발견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비록 지상무장을 한 상태에서 출격을 시도했더라도 적 항모를 항공기 이착륙이 힘든 상태로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했을테고 말입니다. 만약 역사 그대로 일본의 항모 3척이 격침당했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전력을 갖춘 상태의 일본 항모 1척과 미항모 2척이 맞대결을 펼쳤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엔 미항모가 전부 격침을 당할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느 쪽이건, 일본의 일방적인 패배와는 거리가 있는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여겨지는군요.





3. 조기 출격시 - 일본 항모의 취약성은?



2차대전 전체를 통틀어서 급강하 공격만으로 순식간에 항모가 전투력을 상실한 경우는 미드웨이 해전이 거의 유일한 케이스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급강하 폭격으로 피해를 입은 일본 항모들도 어찌어찌 전장 이탈에는 성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죠. (산호해, 과달카날에서의 해전, 필리핀 해전 등등) 미드웨이에서는 무장 교환에 따라 방치된 폭탄들과 함께 항공유를 가득 실은 이륙 직전의 항공기 자체가 엄청난 화재를 일으켰던 것인데, 만약 조기 출격을 해서 이런 요소가 배제되어 있을 경우 과연 3척의 항모가 순식간에 불덩어리로 변할 수 있었을까요? 각각 2-4발 정도의 폭탄을 맞은 정도로 항모 3척이 모두 격침되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비록 항공작전은 수행하지 못하더라도 전선 이탈은 충분히 가능했겠죠.





4. 오전의 미군 공격 - 과연 일본군에게 행운이 따랐는가?



말씀하신 대로 오전의 97소티는 양적으로는 굉장히 인상적인 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실상을 보자면 절반 가량이 뇌격기들의 공격이었고 - 당시 미군 항공어뢰의 신뢰성이나 뇌격기들의 성능을 생각해 본다면.... - 나머지도 해병대의 구식 급강하 폭격기나 훈련부족의 급강하 폭격대, 혹은 수평 폭격기들이 전부였습니다. 결국 '양적으로만'인상적이었을 뿐, 실제 그 공격력은 형편없는 수준이었고, 이는 이들의 높은 손실률에서도 단적으로 증명됩니다. 과연 이들이 요크타운을 공격한 일본 해군 항공대의 명중률의 절반이라도 낼 수 있었을까요?





일단 간단하게만 썼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미드웨이 해전은 일본 해군이 혼란에 빠지지 않고 적시에 공격만 실시했어도 반타작은 충분히 가능한 해전이었습니다. 일본 항모들이 전부 격침되었을 가능성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미군 항공모함을 격파할 가능성도 충분했을테고 말입니다. 과연 이런 결과가 나왔을 경우 이후 과달카날에서 밀고 당기는 힘겨루기가 어떻게 진행되었을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