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물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본다는 Fighter Combat을 거의 다 읽었습니다.

서로 다른 기종간의 교전부분과 전투기의 미션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읽어봤습니다.



이해를 제대로 하면서 읽은 부분도 있고(지금생각), 글자만 읽은 부분도 있고, 그냥 대충 읽은 부분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차례 읽으면서 구현 가능한 부분은 시물을 통해서 해봐야 이해가 깊어지면서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겠죠.



지금까지 읽은 후의 느낌은 '좌절'입니다. 가장 큰 관심분야는 2:1 2:2 그리고 다수간의 교전이었습니다. 그래서 1:1 부분은 그러한 부분에 대한 궁금증에 의한 조급함으로 대충 읽으면서 그 다음에 나와있는 2기이상의 기동과 전술에 관한 부분을 본격적으로 봤습니다. 2:1 에서 가지게된 얄팍한 이해가 2:2에서는 놀라움으로 바뀌게 되었고, 4기 편대전술에서는 혼란을 거쳐, 다수교전에서는 좌절을 느끼며 책장을 덮어야 했습니다.



비행시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부분중 하나가 편대교전이었는데.. 저의 짧은 실력과 상식으로는 책에 나와있는 것을 시물상에서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긴 체계적으로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몇년의 시간에 걸쳐서 습득하는 것들을 겨우 책자 하나 보고는 구현해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공중전이라는 것 자체가 궁금해서 어떤 원리일까를 알고 싶어서 시작한 책이었고, 어쩌면 남들 다 읽는다는 '바이블'로 통하는 책이니까 뒤쳐져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책이었습니다. 여러 인터넷 게시판에 적혀있는 화려한 기동의 설명을 보며 그것을 제대로 이해 못 하는 제 자신이 너무도 부족하게 느껴져서 시작한 책이었습니다.



앞부분의 기동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시물상에서 구현해보고 이치를 조금씩 깨달을 때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이 컸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꾸준히 해보면, 목표로 하고 있는 2기 기동, 4기 전술에 대해서 금방이라도 통달할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건방은 편대전술로 책장이 넘어가면서 쑥 들어가버리고, 새삼 이것을 하늘에서 직접 실현하는 전투조종사들에 대한 존경으로 바뀌었습니다.



2기 전술의 교리를 설명하면서부터 곳곳에 나와있는 필자의 강조점 '많은 훈련이 있어야한다'는 말이 그냥 겉치례가 아니라는 사실을 절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복잡한 전투환경속에서 생각의 속도라는 것이 여유를 가지고 책장을 넘기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기에 '제2의 본능'이라는 강조처럼 순간적인 판단과 거의 반사적인 대응으로 행해야함은 물론이고 아울러 전장상황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다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알았습니다. 혼자만 알아서도 안되고 지속적인 훈련을 통한 든든한 윙맨과 지식과 전술이 공유되어서 한순간에 펼쳐져야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알았습니다. 사실은 이제껏 말로만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모니터 파일럿에 지나지 않는 제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한 것을 구현해보겠다고 덤빈 것이 무리한 욕심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조금 알아가면서 갖게된 오만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욕심인 것을 알면서도 아직도 한번 구현해보고픈 미련을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아니 그대로 한번 구현해 보기 위해서 애쓰고 싶습니다.



분명히 Fighter Combat라는 책은 훈련 매뉴얼이 아닙니다. 단지 공중전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소개서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을 듯 합니다. 구체적인 접근 방법이, 훈련 방법이, 그리고 구현 방법이 막막하지만, 단순한 오기가 아닌 진정한 궁금증과 열정으로 최선을 다해서 해보겠습니다.



관심있는 분야에 있어서 새로운 지식을 얻고도 기쁜 마음보다 부정적인 마음이 앞서는 것은 꼭 저의 지나친 욕심에서만은 아니라고 변명해 봅니다. 이분야가 상상외로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