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습니다. 정말 맞는 말을 콕 찝어서 써주셨네요.





착륙실패를 하고 내려온후, 제 자신이 비행시뮬레이션을 한다는게 처음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행시뮬레이션을 취미로 하고, 대회에서 상까지 받은 게이머가, 시뮬레이션을

처음 접해보는 사람들과 같은 조종을 보였습니다.

파이널 구간에서의 우왕좌왕 하는 조종은 비행시뮬레이션으로 처음 착륙시도를

할때가 떠오르게 만들었습니다.

그날 비행시뮬레이터 탑승은, 비행시뮬인으로써의 지난 행동을 다시금 되돌아보도록

만들게 되었습니다. 실제 훈련장비는, 비행시뮬레이션으로 연습한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하루,이틀이 지나면서, 제가 왜 그런 조종반응을 보였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시뮬레이터 탑승이 끝나고, 집에오자마자 바로 팰콘4.0으로 착륙시도를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평소에 연습하던 그대로 안정적으로 착륙을 할수가 있더군요.

연습이요?

저 하나의 착륙실패로 비행시뮬인들의 명예가 떨어질까봐, 팰콘4.0으로 대회다음날부터

오버헤드 패턴을 수백번 비행했습니다.

기지견학 당일새벽 1시까지 착륙연습을 하고, 아침에 출발하기직전에 한번더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분명히 연습을 게을리 한건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시뮬레이터를 처음 접했을때부터,일단 NVG 모드로 되어있는것 자체가

이상했었습니다.

사전지식이 전혀없는 상태에서, 몇년지난 모델이라 흑백만 지원하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나중에 생각해보니 레이저 경고 마크에 3원색 파장의 레이저 표시를 본

기억이 납니다.역시 우리공군의 시뮬레이터는 흑백이 아니었습니다!)

어두운 상황에서 바깥상황을 인식하기란 물론 힘들었고, 깨끗한 시야는

시선부분에 좁게 한정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식적인 설명도 없었습니다.(랜딩기어를 내릴때 버튼을 누르고 내린다던지,

애프터버너를 넣을때 오른쪽으로 꺾어서 밀어야 한다는 내용은

시뮬레이터 운용요원이 아닌 먼저 탑승을 마친 분들께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탑승....

준비가 되었다는 말을 하려고 하기도 전에, 이미 비행기는 전진하고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정상적인 판단력이 흐려졌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속도가 올라가자,빨리 다음 절차를 수행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재빨리 HUD를 쳐다보고 스틱조작을 했습니다.

초반부터 당황하자, 평소 있었던 비행습관(계기 교차주시,스틱감각익히기)들이 제 역할을

못했습니다. 아무튼 이륙을 하고, 고도 2000피트까지 올라가고, 스피드브레이크를

개방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활주로가 바로 옆에 나타나고, 교관님의 착륙지시

가 들렸습니다. 여기서 또한번 당황..... 정신이 나갔다는 표현이 적절하겠습니다.

측면의 활주로를 확인하느라,고개를 돌리고, 헤드셋이 벗겨지고(헤드셋 크기 조정할

시간조차 없었습니다)그러면서 시야범위가 다른쪽으로, 다시 헤드셋을 끼고....

이렇게 하다보니 허드를 쳐다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부랴부랴 자세안정을 시키고,

베이스턴을 시도했지만, 스틱감각이 없는 상태에서 원하는 자세를 조종하기가

꽤 힘들었습니다.

거기다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교관님의 비행지시... 알아들으려고 애를 쓰다보니

비행제원이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고도는 형편없이 떨어지고,

속도도 늘어나 있었습니다. 막판에 활주로를 찾기위해 다시 이리저리 헤맸고,

활주로를 발견했을때엔 이미 착륙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활주로 입구를 이미 넘었고, 편각이 30도 정도로 되어 있었습니다.

만약 실제로 이런 상황이 일어났다면, 파워를 올린다음 다시 착륙을 시도하는게

정상적인 절차, 맞죠?

그래서 저는 교관님께 한번더 진입할수 있게 위치좀 바꿔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교관님은 "실제상황에서는 한번에 내려야 해"라는 말로 가볍게

끝냈습니다. 하지만 제 짧은 상식으로는 실제로 그렇게 해야할 상황은

플레임아웃 랜딩같은 비정상상황일때란 생각이 조금 드네요.

하지만 모든 계통이 정상작동하는 상황에서, 안전하게 재시도를 하는게 아니라

이왕 활주로에 들어왔으니 무조건 내리라는건 제 짧은 상식에는 도저히 이해를 할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활주로에 떨어졌고 실제상황이라면 흔히 말씀하시는 "국립묘지행"으로

비행시뮬레이터 탑승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났습니다.

다른분들도 적응을 못하시고 예상외로 활주로에 통통튀면서 이탈하시거나

착륙하셨고, 실제로 그렇게 되면 비행기가 완전히 못쓰게 된다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실제 조종사분의 착륙시범....처음으로 제대로 된 착륙을 보고,

기가 푹 죽었습니다.



스키드로 님 말씀대로, 이번 시뮬레이터 탑승기회는 분명 페어플레이가 아니었습니다.

마음속으로 '혹시 그런거야?'하는 생각은, 스키드로님 글을 보는순간 '아, 그래,

바로 그거였어'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전에 만났던 전투조종사분들은 정말 존경심이 들게 할만한 분들이셨습니다.

비행시뮬인들을 특별하게 대해주시고, 질문하나하나에 친절히 답변해 주시고,

저희를 인정해주시는 태도에 정말 감명깊었습니다.

비행시뮬을 많이 했다고해서, 실제비행을 우습게 보게될까요?

아마 대부분은 오히려 더 겸손해지실겁니다.

저같은 경우는 비행을 하나하나씩 배우면서,

게임의 비주얼적인 면보다는, 실제 조종사들의 생활에 더욱더 관심이 가게되었습니다.

비상대기실의 조종사분들과 한참 대화를 나누고, 헤어지기전에 악수를 하면서

정말 존경하는 분들이라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시뮬레이터 운용실에서 만난 교관님은 저희를 아케이트 게임을 하는

게이머로 보셨습니다.

교차주시에 익숙치 못하면 이번 대회에서는 상을 받을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시뮬레이터 탑승시에 교차주시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하지만 탑승환경이 교차주시가 제대로 발휘할수 없게끔 주어져 있었습니다.



평생한번 탈까말까 한 시뮬레이터 탑승기회는, 컴퓨터상의 비행시뮬레이션과

실제비행이 어떤 차이일까?하는 궁금증을 충족시키기보다는,게임은 게임일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좌절감을 얻게 된 기회였습니다.

귀한 기회가 헛된 경험으로 끝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연습했었습니다.

다른 수상자분들도 마찬가지였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는 그런 노력이 효과를 발휘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듭니다.







몇개월전부터 준비하고, 기대했던 값진 기회는 그렇게 아쉬움만 남긴채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