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심 하는 사람들은 잘된 신제품이 나오면 사실성이라는 말로 호평을 하곤 하죠.
사실적인 비행 모델이 어쩌고...이러면서 말이죠.
사실적인 비행 모델과 무기 모델같은 것은 시뮬레이션의 출발점일 뿐이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나마 사실적인 비행모델이라는 것이 플심에서 있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IL-2가 처음 나왔을 때 개발자인 올레그씨의 경력은 어떻고 사용한 데이터는
어떻고 등등의 얘기를 하면서 IL-2가 이제까지의 서구 자료에 치우친 "엉터리"
비행모델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사실적인 비행모델을 가진, 기술적으로 뛰어난
사실적 작품이다...뭐 이런 얘기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패치가 나오면서 비행모델이 계속 바뀌었죠.
Forgotten Battles에서는 IL-2의 비행모델이 새로 갈아엎은 것만큼 바뀌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사실적이라고 극찬했던 기존의 IL-2의 비행모델은 도대체
뭐였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 뿐이 아니죠. IL-2의 비행모델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Forgotten Battles의
비행모델이라고 하면서 더욱 사실적에 가까워졌다...뭐 이렇게 얘기를 하기도
하는데, 패치 버전에서는 이 비행모델이 또 갈아엎어지는군요. 패치의 다른
개선 사항은 논외로 하고 비행모델부분의 개선 사항만도 아래와 같습니다.
- 더 정확한 항공역학모델
- 더 정확한 상승율
- 기동성과 기동시의 에너지 손실
- 스톨
- 스핀
- 롤 레이트
- 고공 성능
- 급강하
- 활강율
- 각각의 항공기에서 조종면의 작동속도에 따른 순간적 영향
- 플랩의 작동
- 3점 랜딩
- 브레이킹과 택싱
- 도로로의 착륙
- 공항의 비활주로 면에서의 튕김과 부서짐
이거 비행 모델을 전반적으로 다 수정한다는 건데, 그럼 지금의 비행모델은
뭐였냔 말이죠. 물론 데이터가 잘못되어있어서 수정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생각대로 만들어놨다가 만들어놓고 보니 아니다 싶어 고치는 것이고 그런 수정으로
인해 전술을 바꿔야 할 정도라면 기존의 모델링을 진짜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참 어이없는 얘기일 겁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플심에서 사실적 운운하는 것은 그저 판매사의 홍보문구
이상일 수가 없다는 것을 게이머들이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라 봅니다.
사실적이라는 것이 진짜에 가깝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죠. 제작자의 기분에
따라 혹은 여론에 따라 "사실성"의 재현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사실...저는 IL-2나 FB는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재현하는데 충실했다기보다는
배달의 기수풍의 소련 만세 시각에 입각한 편파성 짙은 게임이라고 봅니다.
IL-2에 쓰인 데이터가 나중에 공개된 것이니까 서구 자료들이 다 틀렸고
IL-2의 데이터가 다 맞다거나, 올레그씨의 경력이 무슨 연구원이니까
IL-2가 진짜 비행기에 가장 가까운 게임이라거나...그런 건 있을 수 없죠.
데이터로 재현할 수 있는 부분을 아무리 충실하게 하더라도, 데이터로 검증할
수 없는 눈에 띄지 않는 부분에만 제작자의 주관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개입되더라도
얼마든지 전체 내용을 자의적으로 흐르게 할 수 있습니다.
뭐...핵심은 IL-2 자체를 비난하자는 것은 아니고요. 게임을 사실성으로 평가하려고
하면서 뒤통수 맞는 촌스런 일을 계속하기보다 그저 게임은 게임으로서 받아들이자는
겁니다. 가끔 보면 게임에서 취향이나 선택의 문제에 해당하는 것에까지 사실성
을 들이대면서 자기 주장을 합리화하려는 모습도 보이곤 합니다. 그렇지만
게임에 대고 사실성을 얘기한댔자 제작자의 취향에 좌지우지되는 것 이상일
수가 없죠. 그저 아 이 게임에서는 이래서 이런 식으로 묘사가 되어있구나...
하는 개연성을 유추해보는 것쯤은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절대적 사실성의
판단을 하려는 태도는 제작자가 만들어 준 게임을 수동적으로 플레이할 수밖에
없는 게이머의 영역을 넘어서는 일이라는 생각이 갈수록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