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롭기 온라인 아레나 경험담에서 많이 나오는 얘기 중 하나가 숄더샷입니다. 즉, 적기를 쫓고 있는데 다른 아군기가 내 뒤에서 같은 적기에 사격을 하느라 내가 맞았다거나 혹은 아군기가 내가 쫓던 적을 같이 쫓다가 나와 충돌했다거나 하는 얘기들이지요. 내가 적기를 쏘고 있는데 다른 적기가 갑자기 내 앞에 끼어들었다가 나한테 맞아죽어서 내 점수가 깎였다는 것도 이런 얘기들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 걳입니다.

보통은 이런 문제를 매너의 문제라고 보는데, 그보다 근본적으로는 매너 문제와 조금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대의 적기를 놓고 여러 대의 아군이 추격하는 상황은 원래 본질적으로 위험합니다.
적기를 추적할 때, 특히 사격 조준을 할 때는 보통 퓨어나 리드를 당기기 마련이기 때문에 적기 뒤쪽 방향에 대한 시야 확보가 힘듭니다. 그고 적기의 기동을 추적하다보면 그를 추적하는 아군기들의 항적도 비슷해지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같은 적기를 추적하는 비행기들 사이에는 자연히 충돌 위험이 높습니다. 그래서 공군 자료들의 2vs1 교범들을 보면 아군기간 위치 파악과 분리, 그리고 역할 분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군 위치를 모르거나 두 대의 항공기가 동시에 적기를 추적하는 상황이 된다면 아군간 충돌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교범에서도 지적하고 있죠. 그래서 편대전투는 그냥 여럿이 모여서 싸우면 되는 것이 아니라 동료기간 호흡이 맞아야 합니다.

온라인 아레나에서 만난 불특정다수의 아군들간에는 그런 호흡이 생기기 힘들죠. 특히, 여러 아군이 동시에 적기를 쫓고 있다는 것은 그 해당 인원들이 그런 동료간 호흡을 애당초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겁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매너와 상관없이 아군간 충돌이나 아군기 사격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피해자 입장에서는 내가 쫓고 있는데 남들이 끼어들었다는 생각이 들겠죠. 하지만 다른 아군기들도 똑같이 내 먹이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었다고 생각할겁니다. 나는 아군기의 숄더샷에 맞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를 쏜 동료기는 내가 자신과 적기 사이에 갑자기 끼어들었다고 생각할겁니다. 충돌사고가 날 때도 내가 있는 것을 알면서 다른 아군이 일부러 나한테 들이받았을 리는 없고, 그도 역시 나를 보지 못한 채 적기를 추격하다 충돌했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군간 충돌이나 피격사고를 방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러한 위험이 있다고 인지한 사람이 스스로 먼저 빠지는 것 뿐입니다. 그러면 내 먹이는 어떡하느냐? 적기는 다른 아군이 격추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군들은 모두가 함께 살겠죠. 내 먹이니까 남들은 비켜라는 정신이라면 아군간 충돌이나 피격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일 수밖에 없고 나도 피해자일 뿐만 아니라 원인제공자도 되는 것입니다.

적기를 먼저 찜했다는건 어디 계기판에 표시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기 생각일 뿐입니다. 설령 그게 진짜라고 하더라도, 그 적기를 꼭 내가 죽여야 할 이유 역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가 먼저 적기를 찜하고 사격 위치에서 추격하고 있는데 다른 아군도 그 적기에 달라붙었다면 그건 그만큼 내가 그 적기를 뻘리 해치우지 못해서 다른 아군이 끼어들 시간을 줬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내가 적기를 격추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꼴을 보다 못해서 끼어드는 동료기도 있을 수 있을겁니다.

이런 문제들을 순전히 매너 문제라고 생각하고 내가 찜했으니 너님들은 꺼지셈 이런 생각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아군들끼리 충돌하고 동료기 총알에 맞아죽거나 아군을 쏴죽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겁니다.

덧붙이자면, Aces high는 온라인 플레이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아군간 충돌 묘사가 없고 아군끼리 피격되었을 때는 쏜 사람에게 데미지가 돌아가게 되어있어서 내가 알아서 조심해야 하므로 숄더샷 문제가 IL-2의 온라인에서만큼 큰 문제로 나타나지 않는 편입니다. IL-2의 온라인이 그만큼 리얼리티를 더 받춰주고 있는 셈이지만, 반면 그만큼 플레이어들의 상황인식 능력과 동료간 협동 능력도 받쳐줘야 원활한 플레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