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논단에 쓴 글에서 전쟁이 한창 어린애들이 싸우던 것이라는걸 늦게서야 깨달았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국군방송에서 하는 "전투"를 보다가 문득, 전쟁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의 나이도 그 큰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길거리 징집을 하는 특수한 경우라던가 예비군 부대, 국민척탄병 같이 나이든 자원들을 동원하는 부대가 아닌 정상적인 징병과정을 거치는 현역 부대의 경우에는 평시에도 대개 고졸 후나 대학교 1~2학년을 다니다 입대하게 되므로 평균연령이 대개 20대에서 한참 초반입니다. 그런데 배우들은 연기력과 인기를 함께 갖춘 사람들을 주연급으로 데려다 써서 그런지 20대 후반이나 심지어 30대를 훌쩍 넘긴 사람들이 나와서 버젓이 이병, 일병 역할을 합니다. 30대 초반이면 중대장 하고 있을 나이이고, 우리나라 징병 정책에서는 예비군도 거의 끝났을 노인네들(군사 자원으로서는)인데 말이죠. 이렇게 나이고증을 무시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자기 앞가림도 하기 힘들만한 철없는 아이들이 겪은 끔찍한 경험"이 "늠름한 군인 아저씨들이 벌인 장렬한 전투"로 둔갑하는 요인 중 한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하이틴물에 20대 후반이 고등학생이라고 출연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사실 그런 것들은 눈뜨고 못봐주게 웃깁니다. 물론 영화나 드라마에서 배우가 극중 배역과 실제 나이를 꼭 맞춰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캐릭터의 분위기를 살린다는 점에서 각 배우들이 소화할 수 있는 나이대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