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나 군사잡지란 것이 없던 고등학교때를 돌아보면, 군사서적 사서 서로 바꿔볼 정도로 저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친구가 전교에 두세 명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왕따의 대상은 아니었지만 희귀한 취미로 다른 친구들이 받아들였었지요. 해서 제게는 군사취미란 근본적으로 지극히 비주류적인 성격의 1인칭 위주 활동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때 만들어진 제 취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잡지와 PC통신 동호회등이 활성화되면서 좋았던 점 한가지는 전국에 나같은 사람이 나하나만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같은 취향의 사람들과 모이게 되었으면 덕담을 나누고 살아도 모자랐을텐데 PC통신 시절 이래를 생각해보면 참 많이도 싸우고 살았습니다. 좋은 얘기 나누고 산 것보다 싸움박질이나 했던 시간이 훨씬 많은 것 같네요.
밀리터리 매니아라는 용어가 언제부터 정착되었는지 지금은 잘 기억도 안나지만, 제가 그렇게 허구헌날 싸워왔던 원인이 단편적인 이슈에 대한 견해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PC통신 이래의 밀리터리매니아 집단들과 근본적인 취향을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자신의 정체성을 1인칭으로 표현할 때 그것을 밀리터리 매니아라고 생각했지만 요즘 인식되는 밀리터리 매니아라는 단어 정서로 볼 때는 제가 그 축에 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가마니 단위로 책 사재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오프모임 나가서 줄줄이 읊을만한 군사지식도 별로 없고 한걸 봐도 말입니다.
요즘은 밀리터리취미가 일종의 집단취미가 된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부족주의나 집단 세력을 바탕으로 한 정책개입같은 활동이 주류 밀리터리 취미계의 표준적인 모습이 된 것 같고요. 제게는 그런 형태의 집단주의 문화가 매우 주류지향적이고 권력지향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제 정서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네요.
괜히 사람들하고 부대끼면서 싸움박질이나 하고 사느니 고등학교때 마냥 혼자 노는건데 그랬습니다. 좋은 것만 보고 살아도 모자랄 세상에 못볼 꼴 보고 사는 것도 지겹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