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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et
2007.04.05 23:56
게임과 실전의 기동양상이 극단적으로 다른 가장 큰 이유는 게임에서는 실제 움직임과 중력의 힘을 몸으로 느낄 수 없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예전에 조종석이 180도 회전되는 가상현실게임기를 타 본 적이 있는데요.급기동을 하면 체중실리는 방향이 변하기 때문에, 게임에서는 쉽게 하던 기동도 쉽지 않았습니다. 몸이 마구 회전하니까 판단력도 흐려지는 것 같았구요. 기동중에 정확한 사격을 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므로 실전에서 미숙련 조종사들은 단순한 브레이크 기동마저도 제대로 하기가 힘들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에서라면 그냥 조종간만 당겨버리면 되지만 실제로는 몸이 확 돌아가면서 체중이 쏠리고 강한 G를 받게 되니까요. 거기다가 적기가 바로 뒤에 있다는 공포심까지 겹쳐지면 제대로 된 기동을 하기가 어렵겠죠.2차 대전 당시 촬영된 건카메라를 보면 적기가 뒤에서 공격하는데도 완만한 선회를 하다가 어이 없이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경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바르크호른이나 헬무트 리페르트 같은 고수들이 소련군 본좌급 조종사와 1대1 대결할 때 조차도 급선회 한번 하고 좀 천천히 돌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다시 급선회 한번하고 관망하면서 체력보충하고, 이런 식으로 20~30분을 보내다가 결판이 안나니까 그냥 포기하고 귀환해 버리더군요.

그리고 실전에서는 급기동을 하면서 사격한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단순한 방어기동이라도 베테랑 조종사가 제대로만 한다면 성공가능성이 높았던 것 같습니다. 참전 조종사들의 책을 읽어봐도 롤링 시져스나 스파이럴 다이브 같은 화려한 기동은 거의 나오지 않고, 오히려 단순한 급선회나 징킹 만으로 위험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더군요. 단순한 브레이크라도 따라올 수 있는 실력의 조종사도 적었고, 기동중 사격이 어려웠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누구라도 체력에 상관없이 기체 스펙대로 무한정으로 급선회를 할 수 있고, 급기동 중에도 안정된 사격이 가능하죠. 방어자 입장에서는 단순한 기동만으로는 적의 공격을 뿌리칠 수 없고, 화려한 기동을 하는 것이 육체적으로 힘든 일도 아니기 때문에, 고난이도의 기동을 자주 시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