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기보다는 홈지기의 의견이라는 관점으로 보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일단 BFM이 필수적인 기초라는 점은 항상 변함없는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도그파이팅이 전투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BFM이 중요하다기보다는, 3차원 공간에서 임무수행을 하기 위한 파일럿의 기본 자질로서 중요하다고 보아야겠죠. 태권도를 예로 들면 태극1장이 다른 모든 기술을 쌓아나가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수준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지만 태극 1장으로 싸우라고 그것을 연습하는 것은 아니듯이 말입니다.  
사실 BFM이란 것은 엄밀히 정의하면 BVR 전투에 상대되는 근접전투를 위한 어떤 특정한 기동술들의 집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기본 전투 기동"이라는 용어입니다. 즉 다르게 표현하면 "공중전 초급 과목"과 비슷한 의미입니다. 당초 의미상 BFM=근거리 전투를 뜻하는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BFM이 시대를 불문하고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하다는 말은 진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무술이든 축구든 기본기가 가장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요.

때문에, BFM이 항상 중요하다는 전제는 바뀌지 않지만 BFM의 내용은 시대에 따라 계속 바뀝니다.
BFM 자료를 찾아보다보면 로버트 쇼의 파이터 컴뱃을 꼭 접하게 됩니다. 거기 하이 요요, 로우 요요, 배럴롤, 래그 롤 등등... 여러가지 이름이 붙은 전투기동술들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많이 인용되죠. 그런데 로버트 쇼는 해군 팬텀 출신이고, 파이터 컴뱃은 월남전에서 팬텀기 타고 미그19나 21과 싸우던 당시 수준에 입각해서 만들어진 자료입니다. (삽화도 팬텀기로 미그기 잡는 그림이 나옵니다) 인용하신 AOTK 서문을 쓴 사람도 월남전 베테랑인 핸들리 예비역 대령으로서, 걸프전이 벌어지기 전인 80년대 중반에 퇴역했습니다. F-16의 BFM을 다루고 있는 AOTK나 MCH 11 F-16 교범 등을 보면 3차원 기동들이 그런게 있다는 정도로만 언급되고, 기존의 여러가지 전투기동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대폭 빠졌습니다. 항공기 성능의 발전이 BFM의 형태를 그만큼 바꾼 것이죠.
한가지 예로, 추력과 선회력이 좋은 전투기에서 굳이 안해도 될 하이요요 기동을 잘못 수행하면 오히려 적기와의 간격이 생겨서 적기가 그 공간을 이용하여 내쪽으로 반격을 해올 수도 있습니다. 고성능기는 하이 요요할 것 없이 그냥 높은 G로 적기를 조준하고 전방향 미사일을 발사하는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월남전 시대의 베테랑들이 BVR에 의존하는 경향을 비판하는 것은 월남전에서 미군이 미사일 만능주의를 신봉하다가 뼈아프게 당한 사건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일종의 컴플렉스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당시의 미사일 만능주의는 기술력을 너무 과대평가한 셈이었지만 현재로서는 기술적인 완성도가 뒷받침되어 대략 걸프전을 계기로  급격히 BVR 교전이 대세가 되었죠. 격추 통계를 보면 거의 대부분의 격추가 BVR 무장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차원의 탐지 및 피탐지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따라서 지금과는 전혀 새로운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고 앞날은 모르는 일이므로 월남전 시대 베테랑들이 하는 경고가 아주 근거없다고는 할 수 없겠죠. 월남전 초기에는 미사일 만능주의를 과신한 나머지 전투기들도 근접교전을 가정하지 않은 비행기들이었고 조종사들도 공중전을 위한 기본기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채 그냥 발사버튼 누르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월남전 베테랑들이 BFM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BVR이 대세이고 BVR에서 우위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조종사들의 BFM 훈련도 소흘히 하지 않으므로 월남전때와는 미래에 대한 준비태세가 다르다고 봐야겠죠.

F-16보다 또 다른 차원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수호이나 F-22등의 BFM도 모르긴 몰라도 F-16 교범에서 보는 것과는 또 사뭇 다를 것이라고 충분히 추론이 가능합니다. 그러다보면 결국 궁극적으로 조종사의 능력으로는 한계가 옴과 동시에 조종사가 전투기에 타고 있는 것이 무의미해질 날도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면 결국 무인기 가 대세가 되겠죠. 사실 무인기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정찰기에서 공격기로의 용도전환을 하는 단계이니 또 나중에는 언젠가 전투기의 역할도 맡게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물론 무인기 시대가 된다고 해서 조종사가 단한명도 필요없어진다기보다는 무인기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차차 높아지고 나중에라도 군 조종사라는 직업군 자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