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옛날 게임들좀 깔아보다가 눈버릴듯한 그래픽에 취약한 기능지원 등에 한계를 느끼고 로맥을 좀 몰아보고 있습니다.

일단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 (핸들링 특성 숙지를 빙자하여) 퀵미션 메뉴로 건파이팅을 해보고 있는데요. 돌아가면서 하나씩 택하여 상대기체들과 돌아가면서 붙어보는 중입니다. F-15C는 좀 할만큼 해본거같습니다.

짧은 소감은, 러시아 게임임에도 F-15C몰기가 의외로 좋네요.
G effect를 리얼에다 놓으면 코너속도의 최대선회를 채 한바퀴도 버티기 힘든지라 로맥의 건파이팅은 선회율과 조종사 체력안배를 함께 생각해야 하는데요.
해서 궁리해낸게 F-15C의 철철 넘치는 추력을 이용한 상승스파이럴 하드턴입니다. 머지 후 350~400kts 정도를 유지하며 최대 G를 안당기고 몸이 견디는 정도 수준(6~7G가량?)에서 얕은 상승 스파이럴 지속선회에 들어가면(이래도 스로틀컷을 하면서 돌아야 속도가 늘지 않고 원하는 속도대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러시아기들은 추력의 부족으로 인해 그러지 않아도 딸리는 지속선회능력이 대폭 상실되어 선회력이 확 떨어지고 같이 치고올라오지도 못해서 두어바퀴 정도면 F-15C가 고도우위를 점한 채로 적기 후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위치를 얻을 수 있더군요. (기체를 바꿔서 싸워보면 상대적인 추력 우열을 더욱 명확하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가속능력도 눈에 띄게 앞설 뿐 아니라 nose-to-nose 상황에서 저속 전투로 맞장을 떠도 의외로 F-15C가 우세하다는 느낌입니다.

대개의 경우 건샷을 얼마나 빨리 마치느냐에 따라서 최종적으로는 저속 선회전으로 빠지게 되는데요. 어느 게임이든 1대1 건파이팅은 저고도 저속 선회전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지만 로맥에서는 그 양상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팰콘의 경우는 대체로 AI들이 지속선회를 유지하려는 습성을 보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순간선회력으로 교전을 시도하는 경우 에너지 열세에 처해 AI에게 쉽게 꼬리를 물리게 됩니다. 그반면 저속기동에 약한 성질을 보이기 때문에 꼬리를 물려도 AI를 오버슛시키기가 상대적으로 쉬운데요.
로맥에서는 매뉴얼에는 에너지 파이팅에 대한 설명이 여느 게임보다 자세하게 되어있음에도 AI들이 에너지 파이팅에 대한 개념이 없이 기동을 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F-15C를 타고 에너지파이팅을 하면 AI는 앉은 오리신세가 되고, 인파이팅을 하려고 하면 극도의 저속교전이 됩니다. 이럴때는 AI가 스피드 브레이크 쓰는것을 굉장히 자주 접하게 됩니다.

로맥의 비행모델이 팰콘에 비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원인인데요. 일단 우선 F-16은 완전한 FBW 방식인 반면 로맥에 구현된 기체들은 그렇지 않다는 차이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단순히 게임엔진이 로맥이 더 리얼하기 때문에 몰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쉽게 단정할수는 없죠. 각각의 게임이 실제 기체를 어느정도 가깝게 재현했는지는 제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어쨌거나 팰콘은 조종입력에 대한 반응이 단순한데 비해서, 로맥에서는 스틱을 풀 때 기수가 -피치 방향으로 역반응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스틱을 당겼다 놓았다 하면 기체가 피치 방향으로 출렁거리는 것으로 느껴지죠. (일정한 조종입력 상태에서 출렁거리면서 날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역반응은 로맥의 스틱감도가 민감하기 때문에 그 체감정도가 더 커집니다.
로맥의 디폴트 피치와 롤값은 가운데 부분이 수평에 가까운 S자로 휘어져 있는데요. 선형 스틱반응에 비하면 이 패턴은 센터부근에서 민감도를 떨어뜨리기는 하지만 높은 G를 당길 때는 역시나 마찬가지로 감도가 커질 뿐 아니라, 스틱압력이 선형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스틱 감각의 직관성도 그만큼 떨어집니다. (적어도 제 느낌으로 그렇습니다)

그런데, 스틱을 얼마 안당겼는데도 over G가 수시로 나오는 문제를 고민하다보니, 결국 게임상에서 스틱 감도가 기체의 선회능력보다 한참 초과되어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스틱을 끝까지 당겼을 때 즈음에서 최대 G가 나와야 조종입력을 직관적으로 할 수 있는데 스틱을 절반쯤 당길 때 최대 G가 나와버리니 웬만하면 스틱을 일단 기계적 한도까지 당기는 경향이 있는 게임 특성상 허구헌날 over G가 나올 수밖에 없더란 말이죠.
그래서 계속 테스트해본 결과, 스틱의 최대값 입력치를 절반으로 확 낮춰도 최대G를 당길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무의미한 over G의 원인만 되더군요. 해서 input 옵션에서 shift 바를 오른쪽으로 밀어서 감도를 낮춰주고 curve를 약간만 주었습니다. (Shift는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두칸 반, curve는 중앙에서 왼 쪽으로 두 칸 반 하면 최대값이 딱 절반으로 깎입니다. curve를 안 준 직선형 그래프에서는 shift를 오른쪽으로 끝까지 밀면 입력값이 x=y 기울기의 입력값에 비해 50%가 됩니다)

이렇게 감도를 낮춰주니 over G도 그만큼 덜 걸리면서 G를 미세조정할 수 있고 스틱을 풀 때 피치가 밑으로 밀리는 역반응의 정도도 약해져서 훨씬 할 만 하더군요. 그렇게 하면 뭐 로맥의 비행모델은 출렁거리기 때문에 팰콘보다 어렵다 그런 생각이 별로 안들었습니다. 물론 다소의 조심성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여느 프롭전투기들을 몰 때보다 더 어려운 정도는 확실히 아니네요.

그런데 그문제를 해결하고도 건샷에 조금 애를 먹었는데요.
일단은 F-15C의 기총 피퍼 구현이 F-16과 달라서 익숙해지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린 점이 있었지만, 그보다도 로맥의 디폴트 시야폭 상에서는 물체가 작게 보인다는게 또 문제였습니다.
레이더 각도와 비교해서 재보니 로맥의 디폴트 시야폭은 모니터 중심에서 좌우 각각 40도, 도합 80도 가량이 되는 것 같습니다. 팰콘은 좌우 각각 30도 합 60도이니, 같은 거리에 있는 같은 물체가 팰콘보다 로맥에서 3/4크기로 작게 보인다는 것이 됩니다.
이건 결국 Config/View/SnapViews.lua를 만지는 것으로 해결을 보았습니다.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볼 때 일단 그래픽이 뒷받침되어주는 로맥은 확실히 재미있는 게임툴인 것만큼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팰콘계열과는 뭐랄까... 게임이 추구하는 지향점이 다소 상이하다는 느낌이 확실히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