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전이 소개되었네요.

이 프로는 처음에는 멋진 CG때문에 눈이 갔었는데, 계속 보다 보니 제게는 CG보다는 참전파일럿들의 육성 증언 부분이 더 와닿네요. 단순히 얘기를 대신 해주는 차원을 떠나서 그 전투를 치렀던 당사자의 성격을 엿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사건에 대한 감정이입이 다른 어떤 종류의 자료와도 비교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에피소드 중에는 라이스너 소령(당시 계급)이 본좌급 적 파일럿을 만나 만주의 중국공군기지까지 쫓아가서 끝내 적을 격추한 얘기가 나왔네요. 이 얘기는 John Sherwood가 쓴 "Officers in Flight suits (한글판 제목: 전투조종사 - '답게' 출판사)"의 인트로 에피소드로 들어가기도 했고 90년대에 PC통신 비행시뮬 동호회들에서 소개된 적도 있는 꽤 유명한 공중전인데요.

제 개인적으로는 예전부터 이 공중전을 그다지 바람직한 케이스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전투에서 라이스너 소령은 눈앞의 적기를 쫓는데 급급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적의 기지까지 유인당해 들어가 적의 대공포화에 본인은 물론 윙맨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만들었고 결국 윙맨이 대공포에 피격되어 서해상에 탈출을 하던 중 목숨을 잃기까지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공중전을 리더로서 무책임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피격된 윙맨을 살리기 위해 애썼던 것과 윙맨의 죽음을 회상할 때의 라이스너(예비역 대령)의 침통한 표정에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저는 글로 기록된 내용만 보고 리더를 탐탁치 않게 생각했지만, 어쨌거나 윙맨의 전사에 누구보다 슬퍼했을 것이 라이스너 자신이었을 것임을 생각하니 간편하게 과거 사실을 비판했생각했던 것이 무안해지더군요..

사실 라이스너 소령은 당시 윙맨을 살리려고 목숨을 건 행동을 했었습니다. 대공포에 피격된 윙맨의 연료가 새서 기지까지 귀환할 수 없게 되자 자기 비행기의 코로 윙맨 비행기의 배기구를 밀어서 서해까지 데리고 왔습니다. 그냥도 전방기 후류로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를 하는데 특히나 흡입구가 비행기 기수에 있는 F-86으로 전방기 배기구에 흡입구를 갖다댔다는 것은 잘못하면 자기 비행기의 엔진도 꺼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죠..

산뜻한 눈요기감으로 생각하고 보기 시작했던 프로그램에서 의외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