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아래의 내용은 동영상과 교신 내용을 바탕으로 추론하여 재구성한 내용임을 말씀드립니다. 따라서 실제 사실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단지 이래서 그랬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하나의 가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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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첫 부분에서 #1(POPOV35)은 지상 차량들을 발견하고 지상 통제반(마닐라 호텔)에게 이의 확인을 요청합니다. 이후 마닐라 호텔은 #1이 말한 표적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데, 이때 #2(POPOV36)가 이동 물체를 발견하였다고 보고를 합니다. 그런데 #1은 이미 자신이 원하는 표적에 대한 피아식별 절차를 거치고 있었기 때문에 #2의 보고에 대해서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교신 내용을 보면 #2가 계속 씹히죠. 참고로 두 명의 조종사는 주방위군 소속으로 #1이 소령이고 #2가 중령이었으며 비행 경력은 길지만 실전 임무는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1은 자기가 하는 일을 #2가 자꾸 방해하는게 귀찮게 생각이 들었던 듯하고(나중에 대놓고 짜증을 냅니다), #2는 #1이 버벅거리고 있는게 못마땅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2는 통제반과 직접 교신을 하는데, 통제반은 #2가 보고한 위치를 새로운 위치로 인식하지 않고 #1이 말했던 위치로 인식을 하고 그 지점에 아군이 없다고 답변한 것 같습니다. #2의 질문에 #1이 말했던 north 800 meters를 기준으로 답변을 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2는 오렌지색 적아식별 패널을 분명히 보았지만, 통제반으로부터 그 지역에 아군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에 그것이 적아식별 패널이라는 당연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적아식별 패널이라면 정보가 모순되니까요) 한참 헷갈려하다가 결국 오렌지색 로켓 발사기라고 자기나름대로 추론을 한 것 같습니다. 나중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 통제반에게 정확히 어떤 종류의 로켓 발사기와 교전해야 하느냐고 묻지만, 공교롭게도 이게 또 씹혀버립니다. 뒷얘기를 보면 이때 지상 통제반끼리 교신을 하고 있어서 #2의 질문을 못들었다고 합니다. 동영상에도 통제반에서 다시 말하라고 하는 것이 나오는데, #2가 이를 다시 묻지 않고 #1이 자기가 보던 표적에 대한 교신을 계속하면 어물어물 넘어가고 맙니다.

사실을 확인해보자면, 이 당시 두 개의 표적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1과 통제반이 확인작업을 하던 표적으로, 후에 통제반이 사격 승인을 하면서 표적 위치를 말한 것을 보면 강둑 부근에 있었습니다. 이게 원래 공격해야 하는 표적이었습니다. 또하나는 #2가 발견한 표적으로, 강에서 서쪽으로 2~3km가량 떨어진 운하 부근에 있었습니다. (3166대대에 올린 현장 사진을 참조바랍니다) 그런데 통제반은 #2가 물어본 "this area"를 #1이 말한 위치로 생각하고는 그쪽에는 아군이 없다 이렇게 답변을 했고, #2는 자기가 표적을 발견한 위치에 아군이 없다고 이해를 한 듯 하다는 것이지요.

이런 오해를 할 만도 한 것이, #1이 처음에 자기가 본 표적의 위치를 통제반에게 교신할 때 마지막 포병 탄착에서 북쪽으로 800미터... 이런식으로 교신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북인지 북서쪽인지 북동쪽인지 불명확하기 때문에 오차가 상당히 클 수밖에 없죠. 강과 운하는 남남동-북북서 방향으로 흐르는데 #2가 남-북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불명확한 참조점을 기준삼은 후에는 계속해서 this, those, that 등등의 대명사를 이용하여 교신을 합니다. 그러니 #1, #2, 통제반이 서로 다른 표적을 두고 이야기하는 결과가 발생할 여지가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제3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교신 내용 전반에 걸쳐서 각자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 있는건지 파악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교신 내용이 마치 선문답하는거 같기도 합니다.

#1은 통제반으로부터 표적을 명확히 지정받기 위해 포병의 마킹탄 사격을 요청해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때 A-10기들이 연료가 얼마 남지 않았고 #2가 보고 있는 물체가 마을(동영상에 보면 보입니다)로 진입하는 중이라서, #2로서는 시간을 지체하면 안된다는 압박을 느낀 듯 합니다.  결국 교신을 계속 씹히던 #2는 #1이나 통제반의 허락을 받지 않고 독단적으로 공격에 들어가겠다고 "통보"를 합니다.
이 때 #1은 리더로서 상황인식을 명확히 하고 #2에게 능동적인 공격 지시를 내렸다기 보다는 시간의 압박과 계급상 상급자인 #2의 계속된 독촉에 지쳐서 #2의 독단적인 공격 행동을 마지못해 승인하고 이를 따라가는 형태가 된 것처럼 보입니다. 통제반에서 아군이 없다는 확인을 두 번은 받았으니 별 일 있겠나 싶었겠지요. 그리고는 자신이 보던 표적과 #2가 공격하는 표적, 통제반이 원하는 표적이 정확히 어느 것인지 구분을 못한 채로 #2가 공격하는 표적이 통제반이 말하는 표적이겠거니... 그렇게 "추측"을 하고 맙니다.
#2가 1차 공격을 하고 나서 #1이 표적 확인 작업을 하였지만 통제반에게서 아군이 없다고 재확인을 받았던 #1은 #2가 그랬던 것처럼 아군이 없다는 선입견에 표적을 육안으로 확인해놓고도 아군이 아닌 것 같다...고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교신을 보면 명확히 단정해서 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때 A-10기들이 공격한 표적은 FV107 Scimitar라고 하는 경장갑차량으로, 길이가 일반 전차의 절반 정도밖에 안될 정도로 작아서 육안 식별이 그만큼 힘들 것인데다가 미군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디자인의 차량이기 때문에 조종사들이 헷갈렸을 법 하기도 합니다.
초계 고도가 1만~1만2천 피트 정도였으므로 고도만 따지더라도 3~4km의 거리이고, 45도 각도 정도로 내려다보았다고 가정하면 직선 거리로는 5km가 훌쩍 넘어갑니다. 전투기는 커녕 초경량 항공기도 한 번 타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정도 고도에서 지상이 어떻게 보일지 저로서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간접적인 추론을 위해 단순히 비례식으로 계산해보면, 5km 거리에 있는 5m 크기의 물체는 50cm 전방(이를테면 모니터상)에 있는 0.5mm 크기의 물체와 눈으로 보는 비례적인 크기가 같다는 답이 나옵니다.

어쨌든 결국 #1의 확인을 받고 #2가 2차 공격을 하고, 그때쯤이 되어서야 통제반(마닐라 호텔)은 공격할 표적이 강둑에 있다고 정확히 지정해줍니다. 그러나 사고는 이미 벌어졌고 #2가 2차 공격을 막 마치는 무렵에 마닐라34(역시 지상 통제반입니다)가 오폭 사고를 의심하는 조언을 하고 수 초 후 사고임을 확실히 인지하여 이를 조종사들에게 알려줍니다. 이 때 마닐라34가 조언 수준에서 아군 좌표를 불러주자마자 #1이 절규하는 것만 보더라도 표적 확인 시에 정확한 좌표나 참조점을 이용하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수 분 후 SKY CHIEF(AWACS)가 마닐라 호텔에게 공격을 중지하라고 지시하고 부근에 있던 영국항공기인 COSTA58도 영국군 교신망으로 상황을 전달받고 이를 AWACS에게 보고하려다가 여의치 않자 POPOV 편대를 직접 호출해서 공격을 중지하라는 메시지를 중계합니다. (교신망이 난리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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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비행은 커녕 초경량 항공기도 한 번 안타본 입장으로서는 무척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조종사들이 첫 실전 임무에서 다소 흥분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표적 확인 절차도 명확한 참조점 없이 중구난방식으로 얘기하고 있고 #2는 좌우와 동서를 계속 헷갈려합니다. 그리고 #2는 "저 운하"를 보라고 계속 얘기하는데, 그 지역에 같은 방향으로 나있는 운하가 무려 세 개가 있었습니다. #1도 교신할 때 송신자와 수신자 콜사인을 헷갈리기도 하고요. 결국 실전이라는 환경과 적을 속히 공격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인해 흥분한 상태에서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공격 순간의 교신에서 과격한 악센트나 표현을 쓰는 것을 보아도 그렇구요.  

하지만 전장이라는 극단적인 시간과 장소(사건이 벌어진 것은 한창 이라크 전면전이 한창이던 2003년 3월 말이었습니다.)에서 짧은 시간에 중차대한 판단을 내려야 했던 조종사의 입장을 평화로운 2007년의 대한민국의 책상에서 제한된 기록만을 근거로 평가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고로 전사하고 부상당한 병사와 유가족에게 큰 상처가 되었을 뿐 아니라, 책임 소재 규명 여부와는 상관 없이 두 명의 조종사와 통제반원들에게도 평생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이 남겠죠...
플심 게이머나 밀리터리 매니아에게 이 사건을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이 일반인들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있다면 그 지식을 이 사건의 재판관이 되는데 쓰기보다는 당시의 정황을 깊이있게 이해해보는데 쓰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이 글은 알려진 기본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당시 정황을 제 나름대로 이해해보기 위하여 재구성해본 것일 뿐, 저로서는 당시 현장의 통제반이나 조종사들의 생각이나 감정 등을 단정적으로 말할 입장이 아니며 그들을 평가할 의도는 더더욱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교신 내용을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는지도 혹 모르겠습니다) 여러 언론의 기사들에 나온 객관적인 사실들과 군사전문가들의 견해들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근거일 것입니다.

언론 기사들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오인 사격은 고질적인 전쟁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서 모든 전장에 항상 따라다니고 모든 전투 피해에서 항상 일정 비율을 차지하는 일상적인 사고입니다. 이를 줄이려고 노력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방지하거나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사건은 사건 그자체보다도 비디오의 유출과 그로인한 영-미 양국간의 정치적 문제 때문에 특히 이슈화되었을 뿐입니다. 사실 동영상을 유출시킨 더 선지는 모바일 누드화보 팔아먹고 하는 영국 최대의 찌라시 언론이고, 그나마 BBC 뉴스에서 오인 사격이라는 사고에 대하여 깊이있는 분석을 하는 정도입니다. 다만 밀리터리 매니아나 플심 게이머의 입장에서라면 특히 이 동영상을 통하여 전장의 이면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보고 전쟁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곱씹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