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방백서가 나왔습니다. 아시다시피 통상 격년으로 발간되는 자료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연합뉴스에서 국방백서 발간 소식을 알리면서 국방백서의 남북한 전투력 비교표를 인용하여 보도하자 밀리터리 포럼들에서 상당히 말이 많았었지요. 엇그제인가는 모 언론에서도 그문제를 다루었더군요. 요인즉슨, 남북한 무기간 질적인 차이가 현격하기 때문에 숫자만 가지고 전투력을 비교한 국방백서는 사실 왜곡이다 이런 얘기인데요.
밀리터리 포럼에서 나오는 얘기들이야 그러려니 한다지만 언론에서까지 까대고 나오니 한가지 좀 지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국방백서는 남북한 전투력의 통계자료를 제시하기는 했지만 남북한 전투력의 우열을 상대적으로 비교하거나 그를 통해 어떤 결론을 도출하지는 않았습니다. 국방백서라는게 원래 그런 국방관련 기초 통계자료 소스의 역할을 하는 자료입니다. 국방백서를 직접 보면 남북한 군사력 비교는 단순히 다른 여러가지 기초 통계자료들과 함께 부록으로서 첨부되어있을 뿐이고 그에 대해 어떤 분석이나 평가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국방백서에는 해당 군사력 통계자료를 제시하면서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질적 평가 표현은 제한되므로 공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양적인 비교만 한 것임"이라고 주석을 달아놓았습니다. 부록 말고 국방백서 본문에서도 남북한, 나아가 주변국 군사력들을 다루고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누가 더 쎄다 이런 상대평가는 전혀 하지 않고 있고 단지 남북한과 각국의 객관적 국방 현황이나 각국의 군사력의 변동사항들만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고서에서는 당연히 통계자료 수준의 데이터가 우선 기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군사력의 질적인 부분을 수치로 환산해서 정량화한다면 그건 통계자료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고 질적인 부분의 평가는 분석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국방백서 같은 연례보고서에서 질적 평가를 수치화해서 제시하거나 상대평가를 한다는 것이 애당초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런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평가결론을 제시한다면 문제가 사라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큰 논란의 소지가 될겁니다.
이러한 통계자료를 보고 군사력이 누가 쎈지 하는 결론을 도출한 것은 국방백서가 아니라 밀리터리 매니아들과 국방백서를 비판한 언론사 자신들입니다. 국방백서에는 제시되어있지도 않은 상대평가 결론을 자기들이 지어내고는 그 결론을 다시 스스로 비판하고 있는거지요. 저로서는 오히려 단순 숫자만 제시된 통계자료를 어째서 상대평가 자료로서 읽는지가 이해가 안되네요. "전투력은 숫자만으로 비교할 수 없다" 이건 국방백서 저자나 독자 모두가 당연히 전제하고 있어야 할 상식적인 얘기지 국방부가 남들은 모르리라고 생각하고 구라치다가 매니아들만이 발견해내는 일이 될 정도의 어떤 심오하고 고차원적인 지식 따위가 아니지 않느냔 말입니다.
토익과 토플 점수는 만점이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으므로 철수 토익 700점, 영희 토플 650점이라고 하면 누구 영어실력이 좋은지는 알아서 생각하면 되는 일입니다. 이걸 가지고 철수 영어점수가 높은 것처럼 구라쳤다고 흥분한다면 말이 되겠습니까. 그게 구라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상한거지요.
항상 두가지 해석으로 국민들을 길들여 온것 같습니다.
첫째, 단순 숫자비교를 통해 우리 나라 큰일 났다. - 이것이 먹히는 이유가 일반인들이 무기체계와 성능, 전력 이런것 잘모르거든요.
또 한편으론 국방비 지출규모를 GNP 비율에 따른 비교하면서 북측의 군비확장을 염려하게 만드는 행위 - 가만히 생각하면 우리와 북의 GNP 또는 GDP 규모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실제 금액으로 비교하면 얼마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우리는 GNP의 몇% 밖에 않되는데 북측은 수십%나 된다. 이렇게 말하면 일반인들 큰일 난줄 아는 사람들 많습니다.
둘째, 그러다가 또 어떤 분위기 되면 꼭 이런 기사들 나옵니다. 북한의 무기는 구식이 많고 구형이고 우리의 무기는 최첨단 신형이라서 북한의 어떠한 도발과 남침의 위협에도 꺼덕없다.
제가 어렸을때 신문을 보다보면 같은 신문사에도 불과 몇달만에 위 두가지 경우의 다른 느낌과 논조의 기사와 논평들 나올때도 있었죠. 그럴때 마다 잘 모르는 저로서는 항상 이것이 어떻게 된것이고 어떤 기사를 믿는 것이 좋을지, 그리고 어떻게 해서 불과 몇달만에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하는지 이해를 못했던 경우가 자주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럴때 마다 '에구~ 전쟁 않나면 된 것이지~!'하는 심정으로 그냥 넘어가곤 했었죠.
언론사들이 필요에 따라 여론몰이를 위해 어떤 상황에서는 단순비교를 어떤 상황에서는 질적비교를 하면서, 우리 큰일 났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않된다라든가 때로는 우리의 국방력을 과시하는 듯 기사를 내죠.
무엇보다 저는 언론들이 문제이고 그런 언론을 통해 오랜동안 길들여져 오고 교육받아온 사람들의 의식도 모두 그렇게 고착화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보니 그러한 자신의 의식에 따라 그냥 그렇게 모두들 논리를 전개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 대부분이 산수를 잘 못한다고 가정하고 3 / 2 = 1.5 라는 것을 알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그럼 3.1 / 2.1 은 1.5보다 큰 값일까요 1.5보다 작은 값일까요? 라고 물으니 사람들은 정확히 수학적 계산을 할줄 모르다보니 나름대로의 굳어져온 대충의 느낌과 땡김(입맛이 땡기듯이)에 의해 설명하겠죠. 누구는 커다.. 아니다 작다.. 사실 수학을 아는 사람은 그런 논란이 웃읍기도하죠. 그건 주장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계산해 보면 나오는 값의 문제 일뿐 여기에 주장이라는 것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아는데.. 문제는 대부분은 수학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누군가가 그것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경우에 따라 길 들여 온것이고. 그러다 보면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믿는 바대로 느낌을 가지고 땡김을 가지게 되죠. 즉, 객관이 없는 상태에서 주관만이 있을때의 그 땡김이란 바로 누군가가 그것은 아니고 이런것이다 정확히 설명해주는 것을 들었다 하더라도 정작 자기 자신은 가만히 생각하니 그 설명에 대해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고 반박은 할 수 없지만, 하지만 돌아서서 다시 생각해도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여전히 땡긴다는 것이죠. - 이것이 바로 인간이 사회속에서 지속적으로 아주 오랜동안 자신도 알게 모르게 교육되어져 오고 길들여져 오는 가운데 자신에게 잠재의식 처럼 내재되는 근거없는 땡김이죠. 나중에는 맹목적 추종이 되기도 하는 것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