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보았을 때는, 게임 자체는 그렇게 특별한 것 같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약간의 추가된 메뉴를 제외하면 클로즈컴뱃5 엔진 그대로라 군납용으로서의 차별화된 면이 느껴지지 못했고, 무기 치사율이 좀 늘어났다는 정도가 기존의 클컴 5와 눈에 띄게 다른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멧님께서 알려주신 사이트에 있는 클로즈컴뱃 workbook을 보면서 하니까 게임의 컨셉을 알겠더군요. 캠페인은 없지만, 게임의 싱글 미션들은 소부대 지휘관을 위한 과목들로 이루어져있고, 각 과목은 소부대 전술의 개별 이슈들을 실습하는 형식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그리고, 보조 문서들에서는 해당 과목의 강의와 세부 설명, 토의 등 완전한 형태의 훈련형식을 갖추고 있네요. (게임 브리핑에 군대식 약자들이 많이 나와서 처음에는 보는데 조금 난해했습니다.--;)
게임을 한판 한판 깨는 것은 특히 AI를 상대로 할 때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각 과목의 교육사항을 숙지하고 게임을 통해서 그 전술행동들을 잘 소화해내었는가 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 게임이 좀더 중량감 있게 느껴지고 교육 효과도 높을 것 같네요. 보통 싱글 미션의 상황 설정이 중대에 배속된 소대급의 임무 수행인데, 진짜 병사들 데리고 이정도 규모의 야전 훈련도 자주 하기 힘들 것을 생각해보면 클로즈 컴뱃 마린즈는 소부대 전술훈련을 위한 시뮬레이션 도구로서 클로즈컴뱃의 장점을 잘 활용한 것 같습니다.
직업군인들에게 자신의 임무와 관련된 밀리터리 게임들을 권장하고 교보재로 쓰는 것은 더이상 낯선 일은 아니지만, 게임을 군에 납품했다는 그자체보다도, 상업적인 목적으로 태어난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도구를 군의 훈련목적에 부합하게끔 체계화시켜 놓은 형식이 더 인상깊었습니다. 우리 군에서도 시뮬레이션 장비와 프로그램이 납품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했지만, 적절한 활용방법이 뒷받침되지 못해 워드작업용 피시로 전락해버렸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 것과 비교해보면 더 부럽게 느껴지네요. 물론 클컴 마린즈는 미해병에서 정식으로 예산 편성이 되어 집행된 사업이니 애당초 그 효용이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결국 그것은 그만큼 미군이 PC 시뮬레이션의 교보재로서의 가치를 더 적극적인 관점에서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겠지요.